한창수 고려대구로병원 교수가 21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아시아경제 주최로 열린 '굿브레인 2022 국제 콘퍼런스'에서 '뇌건강 이렇게 지키자'를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원본보기 아이콘[아시아경제 김영원 기자] "치매 예방을 위해서는 한 마디로 8살 내 자식에게 하던 말들이 있으실 겁니다. 뛰어다니고 노래 부르고, 친구 만나서 재미있게 놀고, 탄산음료 마시지 말고, 과일 많이 먹고, 야채 먹고 하는 것을 그대로 하시기 바랍니다."
한창수 고려대 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21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굿브레인 2022 국제 콘퍼런스'에서 '뇌건강 이렇게 지키자'를 주제로 강연한 뒤 이를 한마디로 정리했다.
한 교수는 치매가 원래 가지고 있던 기능이 저하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원래부터 인지 등 뇌 기능이 나빴던 상태가 아닌, 좋았던 것이 나빠지는 상태가 치매라는 것이다. 한 교수는 "뇌의 기능이 굉장히 많은데 집중력, 판단력, 배우는 능력, 사람을 알아보는 능력 등이 있다"며 "이것 중 어느 하나가 떨어지기 시작하면 치매 진단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치매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지점은 진단과 약 처방을 넘어 치매 환자의 거주, 관리라고 한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치매 검사를 해서 결과가 나오면 약은 처방하겠지만, 이제는 어디서 살게 해야 하느냐가 문제"라면서 "자녀와 떨어져 살았던 가정에서 돌보는 것도 힘들고 비용이 많이 드는 요양원에서 모시기도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이런 분들을 어떻게 모시고, 어떻게 운동하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알려드려야 한다"고 했다.
한 교수는 치매 관리·예방법 설명하기 위해 치매와 뇌 건강을 '자동차'에 비유했다. 그는 "고급 자동차도 10년이 넘어가면 어떤 윤활유를 넣어도 새 차가 되지 않는다"면서 "대신 자동차 조금 살살 몰고, 윤활유와 배선을 자주 갈아야 할 것"이라며 치매 관리를 위해서는 수정 가능한 부분을 관리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 교수는 랜싯(Lancet) 논문에 실린 치매 위험요인 12가지 중 개인이 조절 가능한 요인을 소개했다. 그는 "'낮은 교육수준' 요인은 너무 무리할 필요 없이 책을 읽고 신문을 보는 정도로 충분하다"면서 "청력 저하의 경우 시중에 보청기가 많이 나와 있다"고 했다. 개인 수준으로는 조절이 어려워 국가 지원이 필요한 지점도 짚었다. 그는 "외로움은 혼자 조절할 수 없으니 가족이나 국가에서 신경 써야 하고, 운동 부족도 국가에서 도와줄 수 있다"면서 "호주 멜버른은 노령연금을 지급 조건이 크리켓 놀이를 지정된 곳에서 하는 것이고, 영국은 청년이 개더링 모임에 참여해야 지원금을 준다"고 전했다.
스스로 예방할 수 있는 위험 요인으로는 당뇨도 있다. 한 교수는 "소금물에 철사를 담그면 녹이 스는 것처럼 혈관이 끈적끈적해지고, 신경도 당뇨 상태에서 더 쉽게 망가진다"면서 "염증도 지속돼 치매가 1.5~2배 이상 나타난다"고 했다. 음주의 경우 '21표준잔'을 기준으로 했을 때 일주일에 소주 3병, 맥주는 500㏄ 7잔 정도로 제한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한 교수는 비만 관리도 치매 예방을 위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체중만 줄인다고 되는 것이 아니고 허리둘레가 굉장히 중요하다"면서 "남녀 모두 50~60대에서 허리둘레가 34인치를 넘지 않는 것이 좋지만, 70세가 넘으면 과하게 체중이 떨어지는 것도 위험하다"고 했다.
치매 예방을 위한 식단으로는 야채, 생선, 견과류, 과일, 올리브유의 약어인 '야·생·견·과·류'를 추천했다. 한 교수는 "지중해식으로 먹으면 치매가 예방되고 혈관 건강에 좋다고 하는데 아침마다 매번 챙겨 먹기 힘들다"면서 "과일과 나물을 많이 먹고 흰쌀밥을 피하는 것이 좋다"고 권했다. 이어 "달고 짠 것을 피하는 등 8살 아이에게 잔소리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비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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