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자 보호 미흡으로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서 300억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받은 메타 플랫폼(구 페이스북)의 앤디 오코넬 제품정책 및 전략총괄 부사장이 방송통신위원회에 이어 국회를 찾았다. 사진은 왼쪽부터 오코넬 부사장과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이 면담 후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사진=김영식 의원실
원본보기 아이콘[아시아경제 차민영 기자] 이용자 보호 미흡으로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서 300억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받은 메타 플랫폼(구 페이스북)의 앤디 오코넬 제품정책 및 전략총괄 부사장이 방송통신위원회에 이어 국회를 찾았다. 메타는 개보위의 처분과 관련해 행정소송을 검토할 정도로 '억울하다'는 입장이면서도 이번 방한 일정에서는 이에 대해 일체 언급하지 않고 '메타버스(확장가상세계)'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우리 기업들과 협업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주목된다.
21일 ICT 업계와 국회에 따르면 페이스북·인스타그램·왓츠앱·오큘러스 등을 운영하는 메타의 오코넬 부사장은 지난 20일 오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실을 방문해 면담을 진행했다. 이날 면담에는 멕 챙 메타 아태지역 콘텐츠 규제 정책 매니저, 허욱 메타 코리아 대외정책 부사장도 참석했다.
이번 면담에서는 메타버스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한국-메타의 협업방안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 오코넬 부사장은 "메타버스 생태계는 국경이 없어 어느 국가의 법을 적용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여러 국가와 협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메타-서울대 XR 허브 코리아를 포함해 메타버스 아카데미를 통해 한국과의 메타버스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협업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메타버스 생태계 활성화는 메타라는 회사 혼자서 할 수 없기 때문에 글로벌 협업이 필수적"이라며 "메타는 메타버스 상의 보안, 안전, 프라이버시, 포용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정책을 자율적으로 만들어 가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정부와 여당의 자율규제를 지지한다는 뜻도 덧붙였다.
표면적으로 오코넬 부사장의 방한 일정은 메타버스 생태계 활성화에 따른 정부와의 협력에 초점이 맞춰졌다. 메타는 하루 전인 지난 19일 안형환 방통위 부위원장과의 면담에서도 메타버스 생태계 활성화 시 우려되는이용자 보호 문제점에 대비한 노력과 앞으로의 준비 계획 등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한국 내 메타버스 콘텐츠 개발 관련 교육 프로그램 운영, 메타버스 생태계 참여자의 책임을 독려하기 위해 안전 행동강령 마련 등을 포함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정체성 대신 메타버스로 중심 축을 전환한 메타의 글로벌 입지는 좁아지는 추세다. 메타는 지난 16일(현지 시각) 146.29달러(약 20만3300원)로 장을 마감해 코로나 확산 초기인 2020년 3월 이후 최저가를 기록했다. 메타 주가는 1년 전 대비 61%가량 폭락했다. 지난해 말 1조달러(약 1393조원)가 넘었던 시가총액도 현재는 절반 이하인 3931억달러로 반토막났다.
막대한 금액을 투자 중인 메타버스나 암호 화폐 같은 신사업에서도 아직 가시적인 성과는 없다. 메타버스 개발을 위해 지난해 100억달러를 투자해 만든 리얼리티랩스는 지난 2분기 4억5200만달러에 불과한 매출을 기록했다. 이마저도 3분기에는 감소할 전망이다. 캐시카우인 SNS도 성장세를 멈췄다.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페이스북 전 세계 월간 활성이용자(MAU)는 29억3400만명으로 전 분기 대비 약 200만명 감소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에서는 개보위로부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308억원에 달하는 과징금 철퇴를 맞았다. 개보위는 지난 14일 제15회 전체회의를 열고 이 같이 의결했다. 이용자의 타사 행태정보를 수집·이용하려면 이용자가 쉽고 명확하게 인지해 자유로운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이용자에게 알리고 동의를 받으라는 시정명령도 내렸다. 메타 측은 개보위 의결이 나온 후 "이번 결정에 동의할 수 없으며, 법원의 판단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채 사안을 면밀히 검토할 방침"이라며 행정소송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전에도 메타는 2020년 당시 페이스북 시절 국내서 6년간 최소 330만 명의 개인정보를 당사자 동의 없이 다른 사업자에게 넘겨 6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바 있다.
지난 16일부터 이어진 이번 오코넬 부사장의 방한 중 공식 일정에 개보위와의 만남은 포함되지 않았지만, 일각에선 정부의 과징금 조치에 대비하기 위한 속내도 포함됐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국회 과방위 한 관계자는 "겉으로는 메타버스 생태계를 앞세웠지만 개보위 이슈를 완전히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메타 코리아 관계자는 "이번 방한 일정은 해당 이슈와 관련해 진행된 것이 아니다"라며 "개보위와 공식적인 만남은 계획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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