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상품이 다시 주목받으면서 개당 가격이 싼 대용량 상품을 취급하는 창고형 할인점에 대한 재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유통업계는 '여기에만 있는 상품'을 통한 충성고객 모시기에 나서는 한편, 이곳에서만 할 수 있는 경험을 추가한 점포 확장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코스트코는 다음달 국내 18호점인 서울 구로구 고척점 오픈을 앞두고 회원 유치 등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지난달 경남 김해점 오픈 후 두 달 만의 새 점포 오픈이다. 코스트코는 유료 회원 가입을 통해 가격 매력이 큰 대용량 상품을 구입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통상 창고형 할인점은 일반 할인점 대비 8~15% 낮은 가격에 상품을 내놓는다. 여기에 '이곳에서만 판매하는' 독점 상품을 구입하기 위한 소비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으면서 신규 출점도 이어지고 있다. 내년엔 코스트코 청라점 오픈이 예정돼 있다.
앞서 지난 6월 말 이마트 트레이더스 역시 경기 동탄에 21번째 트레이더스 매장을 열었다. 자체 브랜드(PB) 상품과 독점 상품 등을 내세워 개점한 지 두 달 반이 넘은 현시점까지 목표 대비 초과 매출을 달성하고 있다. 트레이더스는 2025년까지 5개 점포를 추가로 선보일 전망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신규 출점한 동탄점은 대용량 신선·가공 먹거리에 더해 '슈퍼카 로드쇼' 등 다양한 이색 볼거리로 고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마트도 창고형 할인점 빅마켓을 맥스로 리브랜딩 후 올해 리뉴얼 출점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월 송천·상무·목포점, 3월 창원중앙점을 새로 단장한 데 이어 연내 금천·영등포점을 맥스로 재개점할 예정이다. 3~4인 가족에 맞는 '합리적인 대용량' 상품을 추구하는 한편, 주요점에 다양한 와인을 맛보고 체험할 수 있는 '보틀벙커' 등 핵심 콘텐츠를 입점시켜 모객 효과를 극대화했다. 내년까지 20개 점포를 맥스로 전환하는 것이 목표다.
코스트코는 지난해 매출 5조원을 넘어섰다. 코스트코 코리아의 2021 회계연도(2020년9월~2021년8월) 매출은 5조352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3%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외출 부담이 커 한 번에 많은 양을 구입해갈 수 있는 방식이 각광 받은 것이 호실적에 큰 역할을 했다.
업계에선 올해 '코로나19 기저효과'로 창고형 할인점이 매출 증가율이 크게 주춤할 것이란 예상도 있었으나, 올 초부터 물가 상승이 가파르게 이어지면서 가성비 상품이 주목받은 데다 신규 출점 효과가 더해져 선방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해 매출 3조원을 넘어서며 직전해 대비 14.5% 신장률을 기록한 트레이더스는 지난해 11월 월별 매출 역신장으로 돌아섰으나, 지난 6월 7개월 만에 플러스 전환한 후 성장률을 재차 키워가고 있다. 지난달 트레이더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1% 신장했다. 맥스 역시 올해 1~8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5% 이상 늘었다. 특히 보틀벙커가 입점한 상무점과 창원중앙점은 각각 30%, 45% 증가, 매출 상승률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1~2인 가족 확대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매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있으나 독점 상품과 싼 가격에 대한 관심은 고물가 시대를 맞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며 "대형마트와 달리 신규 출점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창고형 할인점은 앞으로 상품 경쟁력을 확대하면서 '경험 콘텐츠'를 추가해 나가는 형태로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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