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권재희 기자] '킹달러'가 지속되면서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보유한 주식 시가총액이 30%대로 뚝 떨어졌다. 이는 2009년 7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줄었다.
강달러 압력에 원·달러 환율이 1400원 턱밑까지 치솟으면서 증시 수급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가운데 외국인 매도 행렬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유가증권시장 전체 시총은 1892조원, 이 가운데 외국인 보유 주식 시총은 575조원이다.
시총을 기준으로 외국인이 보유한 주식 비중은 30.39%다. 이는 2009년 7월 27일의 30.37% 이후 약 13년 2개월 만의 최저치다.
코스피 외국인 시총 비중은 2020년 초 40%에 육박했다. 이후 코로나19 사태와 개인 주식 투자 열풍 등에 2020년 말 36.50%, 2021년 말 33.55%로 줄었다.
올해 들어서는 LG에너지솔루션 상장을 앞둔 1월 25일에 34.20%까지 늘었다가 점점 하락해 30%대까지 내려왔다.
추세를 고려하면 조만간 외국인 시총 비중이 30%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도 충분한 상황이다. 30%대가 무너지면 2009년 7월 13일(29.92%) 이후 처음이 된다.
외국인 시총 비중 축소에는 외국인의 주식 매도 영향이 크다.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세에 속도가 붙으면서 외국인 매도세가 거세지고 있다.
원화 약세와 한미 금리 역전 등 악조건에도 유가증권시장에서 7월과 8월에 연이어 매수 우위를 보인 외국인은 결국 9월에 매도 우위로 돌아섰다.
이달 초 원·달러 환율은 13년 4개월여 만에 1360원을 돌파한 이후 파죽지세로 상승세를 이어가 약 2주 만에 1400원 턱밑까지 치솟았다.
9월 들어 지난 16일까지 10거래일 중 외국인이 코스피 매수 우위를 보인 날은 13일(4004억원) 단 하루다. 이 기간 누적 순매도 금액은 1조5286억원이다.
고물가 압력과 긴축에 대한 부담으로 글로벌 위험자산 투자심리가 위축된 와중에 원화 약세 심화는 외국인 자금 이탈을 더욱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원·달러 환율 급등은 외국인 수급에 악재로 작용해 주가를 끌어내리고, 다시 환율 급등을 부르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8월에 2500선을 회복한 코스피는 최근 외국인 매도세에 다시 2400선 아래로 밀려나며 7월 초 이후 '베어마켓 랠리(약세장 속 단기 반등)' 상승분을 반납했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과 코스피 외국인 수급은 대체로 음(-)의 상관계수를 보인다"며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환율이 상승할 때 환차손을 키울 수 있어 자금 이탈을 가속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환율 상승을 수출 둔화의 결과로 보면 펀더멘털 측면에서 외국인 순매도를 유발할 수도 있다"며 "환율, 외국인 수급, 펀더멘털 간 관계가 밀접하기 때문에 달러 강세는 국내 주식시장 수익률 약화를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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