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남·대림동·곡성…미디어 부정 묘사에 "지역 혐오", "관광객 감소" 우려

"범죄 스릴러물 탓 국가·지역 이미지 나빠질라" 우려
'청년경찰' 제작사, "불편함, 소외감 느낀 중국 동포에 사과"
영화 '곡성'은 한자 병기 등 조치로 지역주민과 갈등 해결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의 한 장면.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의 한 장면.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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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현주 기자]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 영화 '청년경찰' 등 영화에서 부정적으로 묘사된 국가나 지역에서 불만을 표시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해당 국가나 지역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고착화하거나 지역 혐오를 조장할 수 있다는 비판에서다.


최근 남미 국가 수리남이 '수리남' 제작사에 대해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해당 드라마는 수리남을 장악한 한국인 마약 대부에 대한 내용으로,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까지 수리남에서 대규모 마약 밀매 조직을 운영하다 붙잡힌 '마약왕' 조봉행 씨를 모티브로 삼았다. 이런 내용으로 인해 수리남이 자칫 '마약 국가'로 비칠 수 있다고 우려한 것이다.

알버트 람딘 수리남 외교 및 국제 협력 장관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수리남은 수년간 마약 운송 국가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런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 않다"며 "국가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왔으나 '수리남'으로 인해 다시 불리한 상황에 놓였다"고 짚었다. 이어 "제작자의 표현의 자유는 고려해야 하지만 이건 우리나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에 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정 지역을 부정적으로 묘사해 논란이 된 사례는 앞서 국내에서도 있었다. 지난 2017년 개봉한 '청년경찰'은 중국 동포들이 많이 거주하는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을 장기 밀매와 강력 범죄의 소굴로 그려 지역 혐오를 조장했다는 이유로 비판받았다. 당시 중국 동포 61명은 해당 영화 제작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들은 '청년경찰'에 대해 "일반적인 표현의 자유 한계를 넘어선 인종차별적 혐오표현물"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항소심 재판부는 영화 속 중국 동포 묘사 내용이 이들을 불편함과 소외감에 빠지게 할 수 있다며 화해 권고를 내렸다. 재판부는 "'청년경찰'의 일부 내용에 조선족에 대한 부정적인 묘사를 담은 허구의 사실이 포함되어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이어 "영화감독 또한 의도와 다르게 불편함을 느낀 사람들에게 송구하다고 이야기한 점과 이 영화로 인해 불편함 등을 느낀 이들에게 사과의 의사를 전할 필요는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해 화해권고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결국 해당 영화 제작사는 지난 2020년 4월 보도자료를 통해 원고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제작사 측은 "중국 동포에 대한 부정적 묘사로 인해 불편함과 소외감 등을 느꼈을 원고들께 사과드린다"며 "앞으로 영화를 제작하면서 혐오표현은 없는지 충분히 검토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중국동포한마음회, 귀한중국동포권익증진위원회 등 국내 중국동포 단체 회원들이 지난 2017년 8월2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대림역 앞에서 영화 '청년경찰'에서 중국동포와 거주지역인 대림동을 비하하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며 상영중단과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중국동포한마음회, 귀한중국동포권익증진위원회 등 국내 중국동포 단체 회원들이 지난 2017년 8월2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대림역 앞에서 영화 '청년경찰'에서 중국동포와 거주지역인 대림동을 비하하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며 상영중단과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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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곡성군을 배경으로 한 범죄 스릴러 영화 '곡성'도 유사한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지역주민들이 지역 이미지에 대한 악영향과 관광객 감소 등을 우려한 것이다. 유근기 당시 곡성군수는 지난 2016년 5월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주민들과 향우들이 '곡성 이미지가 나빠져서 농산물이 안 팔리지 않을까', '이러다가 자식들이 고향을 안 내려오면 어떡하냐', '관광객이 떨어지는 거 아니냐' 이런 걱정들을 하셨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오히려 발상을 전환해 곡성군의 인지도를 높여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유 군수는 "곡성을 와보신 분들은 곡성은 전혀 그런 곳이 아니라는 것을 다 알고 계시기 때문에 문제가 없고, 와보지 않은 분들은 곡성을 궁금해서라도 찾게 될 거라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유 군수는 '본 영화는 곡성 지역과 무관하다'는 내용의 자막과 함께 영화명에 한자를 병기하도록 제작사 측에 요청해 실제 곡성군과 의미를 분리하도록 조치했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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