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 위기' EU, 농약 사용량 50% 감축 논의도 보류

생산량 줄어 곡물 가격 급등 우려
유럽 식량 수요 충당 못할 수도

지난 6월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오데사의 들판에서 보리수확이 이뤄지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지난 6월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오데사의 들판에서 보리수확이 이뤄지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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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유럽연합(EU)이 2030년까지 살충제 사용량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계획을 보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살충제를 줄이면 곡물 생산량이 감소해 식량 가격이 폭등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13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은 EU 이사회가 살충제 감축 조치 승인을 보류하고 있다고 EU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앞서 지난 6월 EU의 집행기구인 유럽위원회는 2030년까지 농약을 비롯한 화학물질 사용량을 50%까지 줄이는 방안을 제안했다. 해당 조치는 공원이나 정원 등 기타 모든 도시 공간에서 화학 살충제를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러나 동유럽 국가들은 이미 적은 양의 살충제를 사용하고 있어 모든 유럽 국가에 동일한 감축 비율을 규제하는 조치에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U 소식통들은 주요 외신에 "동유럽 국가들은 EU 주요국들이 자국에 유리한 살충제 감축 대안을 마련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살충제를 줄일 경우 떨어질 생산량을 만회할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것도 문제로 꼽힌다. EU 농업협동 조합협회(COPA-COGECA)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유럽지역의 곡물 수확량은 2억 6900만t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7%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며 작물 재배에 투입되는 비용이 증가한 데다 러시아로부터 수입량도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크리스티아 램버트 EU 농업협동 조합협회 대표는 주요 외신에 "살충제 사용이 금지되면 식량 수요를 맞추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며 "살충제 사용 금지는 정치가 아니라 과학에 근거해 결정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EU 관계자들은 올 연말까지 해당 조치에 대한 타협점을 찾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EU의 한 외교관은 "회원국마다 각자의 입장이 모두 달라 이 부분을 일일이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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