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혜숙 기자] 인천만큼 큰 변화를 가져온 도시도 없다. 인천은 1995년 광역시 승격 이후 경기 강화군·옹진군·검단면을 편입하고 2000년대 들어 송도·영종·청라 등 경제자유구역을 개발하면서 인구와 면적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1981년 직할시로 함께 승격한 대구와 비교해 인구와 면적은 물론 지역총생산(GRDP) 등 여러 경제지표에서 뒤처졌던 때가 있었지만 지금은 서울, 부산에 이어 전국 3대 도시로 급성장했다.
그러나 인천의 인구가 1995년 235만명에서 현재 296만명으로 늘어났고, 기초자치단체당 평균 인구수도 29만 6000명으로 전국 광역시 중 최고 수준임에도 행정구역은 1995년 확정된 2군·8구 체제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이렇다보니 인구와 면적이 늘어난 구의 경우 다양한 주민 요구에 대응할 행정력이 못 미치고, 같은 관할 구에 속해 있더라도 생활권이 다른 경우 행정의 이원화로 비효율성이 커질수 밖에 없다.
최근 유정복 시장이 발표한 인천의 행정구역 개편안(2군·9구 체제)이, 사전에 협의 절차가 없었다는 민주당의 쓴소리에도 불구하고 추진 동력을 얻고 있는 데는, 이러한 불합리한 행정 체제를 서둘러 손질해야 한다는 지역사회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개편안은 영종도 지역과 내륙지역으로 생활권이 완전히 동떨어져 있는 중구(14만명)를 동구(6만명)와 통합해 영종도 중심의 영종구(10만명)와 중구·동구 내륙 지역의 제물포구(10만명)로 분리한다. 또 인구 57만명의 서구는 검단 지역을 분리해 검단구(19만명)를 신설하고, 나머지 지역의 서구(38만명)를 존치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이 지역은 청라국제도시와 루원시티, 검단신도시 등 신도시를 중심으로 인구 유입이 지속돼 분구가 불가피하다는 점이 고려됐다.
개편 대상 지역 주민들과 지자체장은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특히 인천의 대표적 원도심인 중구·동구 주민들은 유 시장의 1호 공약인 '제물포 르네상스'의 중심지가 될 제물포구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문제는 행정구역 개편이 실현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것이다. 해당 지역주민과 지방의회 의견 수렴부터 행정안전부 검토, 법률안 작성과 법제처 심의, 국무회의 상정, 국회 승인 등 여러 행정절차를 거쳐야 한다. 자칫 자치구 간 분리와 경계 조정 과정에서 국회의원, 지방의원 등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얽혀 지역 내 갈등만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유 시장은 행정구역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인천이 앞장서서 대한민국 지방행정 체제의 개혁을 이루겠다"며 남다른 각오를 피력했다. 그만큼 추진 과정이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속내가 담긴 듯하다. 유 시장이 목표한대로 2026년 지방선거를, 개편한 행정구역 체제에서 치를 수 있을지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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