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물가와 환율, 증시 등을 둘러싼 우려가 확대되는 가운데, 추석 연휴 이후 시장이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관심이 집중된다. 국내 시장은 달러값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속도에 크게 휘둘리는 만큼, 여기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주요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11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오는 20~21일(현지시간) 열릴 미 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두고 13일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발표된다. 앞서 6월에는 미국 CPI가 9.1%까지 치솟으면서 1981년 이후 4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7월에는 국제유가가 다소 안정되며 8.5%로 소폭 둔화했다.
만약 8월 CPI가 뚜렷하게 둔화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Fed의 금리인상 속도 역시 다소 주춤할 수 있다. 블룸버그 컨센서스에 따르면 8월 CPI는 전년 대비 8.1%로 7월(8.5%)에 비해 내려갈 것으로 예상됐다. 이 경우 달러 선호 심리가 안정되면서 원·달러 환율 상승이 제한되고 증시에서도 위험선호 심리가 개선되며 반등이 시작될 수 있다.
이번주에는 제롬 파월 Fed 의장의 초강력 매파 발언으로 시장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에 달러가치가 오르며 원·달러 환율은 1350원과 1360원, 1370원, 1380원을 차례로 돌파해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코스피도 지난주 대비 25.13포인트(1.04%) 떨어진 2384.28에 마감했다.
미국 8월 CPI에 따라 달라질 순 있지만 전망이 밝진 않다. 파월 의장이 지난달 잭슨홀 미팅에서 물가상승에 대응해 "또 한 번 이례적으로 큰 폭의 금리인상이 적절할 수 있다"고 말했고, 최근 워싱턴DC에서 열린 카토 연구소 주최 통화 정책 콘퍼런스에서도 "역사는 섣부른 완화 정책에 대해 강력히 경고를 주고 있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시장에선 Fed가 이달 FOMC에서 기준금리를 또다시 0.75%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할 것이라는 예측이 힘을 받고 있다. 물가상승률이 정점을 지나더라도 Fed가 인플레이션 억제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초기에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대폭 인상하고, 이후 인상폭을 줄이는 방안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9일(현지시간)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오스트리아 빈의 고등연구소(IAS) 연설에서 "다음 회의에서 정책 금리가 수요를 억누를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할 수 있도록 큰 폭의 (기준금리) 인상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외에 미국 고용이 8월에도 견고한 모습을 보인 것도 FOMC의 자이언트스텝에 힘을 보태는 요소다.
Fed가 실제 3연속 '자이언트스텝'을 강행한다면 국내 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클 전망이다. 한은과 정부는 경제안정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으나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계속 벌어지면서 자금유출과 외환보유액에 대한 우려가 확산할 수 있다. 또 한은에 대한 금리인상 압박이 커지는 가운데 국내외 경기둔화 우려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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