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유럽연합(EU)이 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긴급 에너지관계장관회의에서 러시아산 가스가격 상한제 도입에 합의하지 못했다.
EU 에너지 장관들은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가 제안한 러시아산 가스 가격 상한제 도입에 관해 논의했으나 헝가리가 이는 에너지 공급 관련 국익에 반한다며 합의를 거부했다. 다른 회원국들은 가스 가격 상한제가 러시아산 가스에만 적용되는지, 다른 생산국에도 적용되는지에 따라 의견을 달리했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EU 회원국들이 특정 가격을 넘어서는 가격에는 러시아산 가스를 사들이지 않게 된다.
가스 가격 상승에 따라 전력 가격도 상승하면서 발전업체들이 얻는 초과 이익에 대한 횡재세 도입도 논의 대상이었다. DPA 통신이 입수한 관련 EU 법안 초안에 따르면 EU는 가스 외 에너지원으로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업체들의 수익 상한을 1MWh당 200유로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독일 도매 전력시장 가격 1MWh당 440유로의 절반 수준이다.
장관들은 횡재세와 관련해서는 EU 집행위에 9월 중순까지 구체적 방안 제시를 요구했다. 9월 말까지는 에너지 위기 대응 방안을 확정한다는 게 장관들의 계획이다.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부총리 겸 경제·기후보호부 장관은 이날 EU 집행부의 계획에 대해 헝가리 등 모든 국가가 동의한다면 지지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날 브뤼셀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직 러시아에서 가스를 공급받는 국가들이 러시아로부터 완전한 공급중단 위험을 감수할 준비가 돼 있다면 이에 기꺼이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베크 부총리는 "만약 각국이 이를 원하지 않는다면 이는 존중돼야 한다"면서 "독일은 이미 러시아산 가스 없이도 견뎌낼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동남부 유럽으로는 투르크스트림 가스관과 우크라이나를 통해 아직 가스를 공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앞서 EU의 계획에 대해 "만약 계약에 위배되는 정치적 결정이 내려진다면 우리는 이를 시행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 이해관계에 배치된다면 가스건 석유건 석탄이건 아무것도 공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EU가 수입하는 가스 중 러시아산 가스의 비중은 우크라이나 전쟁 전 40%에서 현재 9%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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