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고위층 자녀들의 이른바 스펙 쌓기용 '약탈적 학술지' 문제에 대해 과학계 연구자들의 우려가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9일 한국연구재단(NRF)에 따르면, 재단이 지난 4월 국내 3268명의 대학교수 등 연구책임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71.7%가 해외 부실 의심 학술지ㆍ학술대회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다른 답변은 그렇지 않다는 14.2%, 모른다 14.1% 등에 그쳤다.
연구책임자들은 또 해외 부실 의심 학술지의 대표적 특징(복수 응답)에 대해 스팸 이메일 형식으로 논문 제출을 독려(73.6%)하고, 심사과정이 불투명하며(71.8%), 논문 게재율이 매우 높고(70.7%), 출판 과정의 투명성이 부족하다(70.4%)고 인식했다. 광범위한 주제의 학술지 출간(67.2%), 지나치게 짧은 심사 기간(65.9%), 편집ㆍ심사위원 비공개(63.7%) 등의 특징을 거론한 이들도 많았다.
부실 학술대회의 경우엔 특정 분야가 아닌 다양한 학문 분야 논의(70.7%), 운영위원 정보 불분명(67.4%), 애매한 프로그램ㆍ발표자 정보(62.3%), 연구자에게 직접 초대 이메일 발송(61.4%), 유명 학회ㆍ학술대회 모방(60.1%), 학회 웹사이트 부실(57.2%), 관광명소에서 개최(52.2%) 등을 지적했다.
연구책임자들은 특히 이런 부실 학술지ㆍ학술대회에 대해 깊은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었다. 학문 오염으로 인한 학계 신뢰 저하(37.2%)를 가장 많이 거론했다. 불공정한 연구업적 평가 유발(26.8%), 연구비 유용(12.3%), 연구성과 약탈(11.8%), 논문중복 게재 등 연구부정(11.2%), 기타(0.6%) 등의 의견도 나왔다.
부실 학술지ㆍ학술대회에 참가하는 이들이 있는 이유엔 연구자 인식 부족(23.8%)을 가장 많이 들었다. 소속기관의 연구업적평가(23.7%), 연구비 지원기관의 연구업적평가(21.1%), 낮은 연구 수준(19.4%), 연구 기간 준수(10%) 등도 거론됐다.
정부ㆍ학계 차원의 예방 대책이 부실하다는 의견도 많았다. 부실 학술지ㆍ학술대회 참여 예방 안내를 받았냐는 질문에 65.5%만 긍정했고, 받지 않았다 22.3%, 모른다 12.2% 등 3분의 1이 부정적으로 답했다. 부실 학술지ㆍ학술대회 서비스를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도 과반수에 가까운 46.2%가 '없다'고 답했다.
한편 지난 5월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 전후 그의 자녀ㆍ처조카가 입시 활용을 목적으로 해외의 약탈적 학술지에 다수의 표절 논문을 게재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됐다. 이에 연세대가 최근 한 장관의 처조카 최 모씨와 함께 논문을 작성한 이 모 교수에 대해 연구 부정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최 씨는 고교 시절 외숙모인 이 교수와 의학 논문을 함께 썼고 약탈적 학술지에 게재했다. 최 씨는 현재 미국 동부 지역 명문대인 펜실베이니아대 치과대학에 재학 중이다. 한 장관 자녀와 '스펙 공동체'로 함께 활동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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