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1899년에 창업한 르노는 1900년대 초반부터 자동차 경주대회에 참여했다. 자체 엔진 개발에 성공한 1903년에는 1307㎞를 달리는 장거리 경주인 ‘파리-마드리드 레이스’에 나섰다. 이때 드라이버로 뛰어든 건 설립자 가운데 하나인 마르셀 르노였다. 르노는 창업자가 직접 레이스에 나설 만큼 모터스포츠에 열의가 넘쳤다.
르노 스포츠를 만든 건 1976년이었다. 1973년 인수한 알핀의 모터스포츠 전문가들과 함께 팀을 꾸렸다. 이듬해 바로 포뮬러 원(F1)에 뛰어들었다. F1 참가 초기 르노는 우왕좌왕했다. 첫 번째 시즌에는 단 한 번도 완주하지 못했다. 두 번째 시즌인 1978년에도 3포인트 획득에 그쳤다. 두각을 나타낸 건 1981년부터다.
F1을 비롯한 각종 모터스포츠에 참가하며 수많은 경험과 다양한 노하우를 쌓은 르노 스포츠는 이를 바탕으로 양산차의 고성능 모델을 내놓기 시작했다. 고성능 라인업의 이름은 R.S.다. ‘Racing Sports’가 아니라 ‘Renault Sport’를 뜻한다.
최초의 르노 R.S.는 클리오로 시작했다. 현재 해치백 차종으로 출시중인 클리오는 해마다 유럽 내 베스트셀링카 상위권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찾는 이가 많다. 클리오는 리어미드십 해치백이라는 초유의 양산차 ‘르노5 터보’를 선보인 르노5의 후속 모델이었다.
고성능 클리오는 R.S.가 붙은 게 아니라 ‘클리오 윌리엄스’라는 이름으로 등장했다. 당시 르노가 엔진을 공급하던 윌리엄스 F1팀에서 이름을 가져온 것이다. 이 작달막한 고성능 해치백은 1996년 시즌 F1의 아르헨티나 그랑프리에서 세이프티카로 나서기도 했다.
꾸준히 R.S. 라인업을 선보이던 르노 스포츠는 2019년 4월 ‘녹색 지옥’이라 불리는 독일 뉘르부르크링에 나섰다. 최고출력 300마력, 최대토크 40.8㎏·m를 뿜어내는 1.8ℓ 터보 직분사가솔린 엔진을 품은 르노 메간 R.S. 트로피-R이 주인공이었다. 메간 R.S. 트로피-R은 154개의 코너로 구성된 노르드슐라이페의 20.6㎞ 트랙을 7분40초100만에 주파했다. 이 기록은 여전히 깨지지 않고 있는 앞바퀴굴림차 최고 기록이다.
메간 R.S. 트로피-R의 1.8ℓ 터보 가솔린 직분사 엔진은 르노코리아자동차 중형세단 SM6 TCe 300에 들어간 엔진과 같은 계열이다. 코드명 M5Pt로 메간 R.S.와 SM6를 비롯해 알핀 A110에서도 쓴다. 고성능 스포츠 모델의 선택을 받을 만큼 높은 성능을 발휘하는 동시에 철저한 검증을 끝냈다는 의미다.
SM6 TCe 300의 보닛 아래 쪽에 있는 1.8ℓ 트윈스크롤 터보차저직분사 가솔린 엔진은 최고출력 225마력, 최대토크 30.6㎏·m(300Nm)을 발휘한다. 중형세단으로서는 꽤 강력한 수준이다. 여기에 독일 게트락의 습식 듀얼 클러치 변속기가 맞물려 호쾌한 가속력과 민첩한 반응을 보여준다. 프리미엄급 모델에서 주로 선택하는 랙타입의 EPS 스티어링 시스템을 넣어 조향이 예리하다. 이러한 부분이 조화를 이룬 SM6 TCe 300은 마치 스포츠 세단을 모는 듯한 운전재미를 준다.
첨단 커넥티비티를 이용한 흥미로운 옵션도 눈길을 근다. 일부 편의점이나 패스트푸드점, 음식점이나 카페에서 쓸 수 있는 인카페이먼트는 IT 기술을 통해 새로운 소비 패턴을 이끈다는 평가를 받는다. 어시스트콜과 고장 헬프콜 등 탑승자의 편의와 안전을 위한 기능도 추가해 소비자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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