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은 수출·입을 중심으로하는 우리 기업의 활동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 글로벌 외환시장의 1일 거래액수는 5조3000억 달러(약 7311조 3500억 원) 이상에 이른다.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3배 규모다. 금융기관 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업들은 환율의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기업들 통화선도 상품 통해 '환헤지'=7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은 통화선도·스와프 등 파생상품 상품을 거래해 환헤지(위험분산)에 나서고 있다. 통화선도 상품이란 일정한 시점에 일정량의 특정한 상품을 미리 정한 가격으로 매매하기로 맺은 계약과 그 상품을 의미한다. 선도 계약에 의해서 미래의 특정한 시점에 계약된 통화를 사거나 팔면서 환위험을 줄이는 헤지 수단으로 활용된다.
수출기업의 경우, 계속해서 변하는 환율의 변동으로 인해 이익을 얻을 수도 있지만 때로는 막대한 규모로 이익에 타격을 받게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환위험 관리는 매우 중요한 기업 활동의 하나가 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외환거래에 관한 환위험을 측정하고 관리하는 환위험 헷지거래를 전담하는 부서를 만드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영국, 싱가포르 등 해외 주요 권역별로 지역 금융센터에서 환율변동 모니터링 및 환거래 대행을 통해 환율변동위험을 관리하고 있다. 권역 내 자금을 통합운용해 유동성위험을 관리하고 있는데 통화선도 상품을 매매해 헤지하고 있다.
수출 비중이 높은 현대자동차는 외화로 표시된 거래를 하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통화의 환율변동위험에 노출된다. 현대차 또한 환율전망에 따라 외화자금 수급의 결제기일을 조정하고 통화선도, 통화옵션, 통화스왑 등의 외환파생상품을 헤지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원재료인 원유 대부분을 수입해 가공하는 SK이노베이션은 내부적으로 원화 환율 변동에 대한 환위험을 정기적으로 측정하고 있다. 특히 외화차입금등의 환율변동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통화선도 및 통화스왑계약을 체결해 관리한다.
◆수출도 곧 환헤지라지만 대규모 투자는 부담= 국내 기업들은 원유·광물 등 대부분의 원자재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지만 매출의 30% 이상을 수출로 올리고 있다. 사업구조 자체가 환헤지가 가능한 것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원재료 수입비중이 대부분이라도 해도 수출 비중이 30~40%가 넘어가는 중간재 생산기업들 대부분은 수출로 환헤지를 한다"며 "환율 변동성이 커지는 것 자체는 위험이긴하지만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엔 사실 큰 부담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미와 유럽 등에서 대규모 투자가 예고돼 있는 만큼 환율과 이자 부담을 동시에 떠안아야 하는 기업들은 부담이다.
특히 국내 주력 산업인 메모리반도체 업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규모 시설 투자를 추진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투자자금 조달 부담도 더 커질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달러(약 22조원) 규모의 파운드리 공장 건설을 진행 중이고, 이달 19일에는 기흥 반도체 연구개발 단지 조성에 약 20조원을 투입하겠다는 대규모 투자발표를 했다.
투자자금 조달을 위해서는 차입금이 불가피한 만큼 금리 인상 시 삼성전자가 부담해야 할 금융비용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원자재 확보에도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할 여지가 커졌다. 글로벌 완성 배터리셀 선두권인 LG에너지솔루션은 해외 합작법인 설립과 잇따른 투자로 올해 2분기 말 부채가 4조2494억원 수준인데 원·달러 환율이 10% 오를 경우 약 16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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