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 올랐던 금값, 다시 '미끄럼틀'

금 가격 지난달 10일 이후 5% 넘게 하락
'킹달러'지속…금 투자 상품 단기 회복 어려워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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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민지 기자] 갈지(之)자 증시에 위험회피 수단으로 주목받았던 금값이 다시 하락세다. 킹달러(달러 초강세) 앞에 안전자산이던 금마저 추풍낙엽처럼 떨어진 것이다.


5일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12월물 금 선물 가격은 온스당 1722.60달러를 가리켰다. 지난달 최고치인 1813.70달러(10일)와 비교했을 때 한 달도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5% 넘게 하락했다. 금 가격은 지난 7월 20일 1678.40달러에서 1800달러선까지 오름세를 보이는 듯했지만, 이달 들어 가파른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다.

금 가격 하락을 끌어낸 것은 달러화 강세다. 달러와 금은 안전자산으로 묶여 서로 대체재 관계인데 달러를 갖는 것이 투자자에게 더 큰 이익으로 돌아오자 금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줄어든 것이다. 최근엔 미국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고강도 긴축에 대한 의지를 강력하게 내비치자 ‘킹달러’란 수식어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달 초엔 Fed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달러 하락을 끌어내 금값 반등을 이뤄냈다면 지금은 시장의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여기에 유럽과 중국의 경기침체 우려도 달러화 강세를 자극하고 있다. 에너지 위기로 유럽의 경제가 초토화될 것이란 시각이 하나둘 제기되면서 유로화를 찾던 수요가 달러로 쏠린 것이다. 지난 2일 기준 달러인덱스는 109.53으로 근 20년 내 최고 수준이다.


금값이 내려가면서 상승에 베팅했던 상품의 수익률은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금 선물 지수가 상승할 때 2배의 이익을 낼 수 있는 ‘KINDEX 골드선물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는 지난달 10일 이후 -10%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금 가격을 추종하는 대표적인 글로벌 ETF ‘SPDR Gold Trust’도 같은 기간 5% 넘게 하락했다.


당분간 달러 강세 기조는 계속될 것으로 분석된다. 다시 말해 단기간에 금 상품의 수익률 반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의미다. 오는 8일 유럽의 통화정책회의(ECB)서 한 번에 기준금리를 50bp(1bp=0.01%P) 인상하는 빅스텝 이상의 조치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지만, 유럽의 취약한 경제 사정과 앞으로 긴축 지속성에 대한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달러 약세는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최제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수급 측면에서도 달러화 공급은 줄어들고 있는데 달러 수요는 증가하고 있어 달러화 강세 압력이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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