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지옥만세'·'천야일야'…亞 신예 감독 작품 한자리에

부산국제영화제 '뉴 커런츠' 선정작 열 편 공개
심사에 세르주 투비아나·기로디·가세 료 등 나서

허슈밍 감독 '아줌마' 스틸 컷

허슈밍 감독 '아줌마' 스틸 컷



부산국제영화제는 '뉴 커런츠'를 통해 아시아 영화의 미래를 엿본다. 보석 같은 작품과 신예 감독을 발굴해 소개하는 경쟁 부문이다. 올해는 구보타 나오 감독의 '천야일야(일본)', 티파니 루스완의 '다시 찾은 블루(태국)' 등 열 편을 상영한다.


'천야일야'는 누군가를 잃었거나 잃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독창적 방식으로 시간의 비밀을 알려준다. 나데르 사에이바르 감독의 '노 엔드(이란·독일·터키)'는 사소한 거짓말이 빌미가 돼 엄청난 폭력 앞에 노출되는 남자를 비춘다. 처음과 끝이 절묘하게 맞물리는 연출이 특징이다. 샘 쿠아 감독의 '침묵의 장소(말레이시아·대만)'는 치밀한 플롯과 속도감 있는 전개로 연쇄살인 현장과 배후를 보여준다.

인도 작품은 두 편이 상영된다. 자이샨카르 아리아르 감독의 '그 여자 쉬밤마'와 아미르 바쉬르 감독의 '그 겨울'이다. 전자는 배운 것 없는 가난한 중년 여성의 고군분투를 끈질기게 추적한다. 후자는 크고 작은 교전과 테러가 빈번한 카슈미르를 배경으로 한 여성의 고난과 고뇌를 그린다.


구보타 나오 감독 '천야일야' 스틸 컷

구보타 나오 감독 '천야일야' 스틸 컷



다수 단편영화로 입지를 다져온 허슈밍 감독은 '아줌마(싱가포르·대한민국)'로 명단에 가세했다. 싱가포르 국민배우 홍휘팡이 국내 배우 여진구, 정동환, 강형석 등과 호흡을 맞춘다. 시나리오 작가 티파니 루스완은 '다시 찾은 블루'로 감독 데뷔를 알린다. 영화제 측은 "섬세한 감각이 돋보이는 자전적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영화기자 출신 마르쿠스 부 마인 끄엉 감독의 '메멘토 모리: 어스(베트남)'도 눈여겨 볼만하다. 삶과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아름다운 영상에 담아냈다.


국내 작품은 이정홍 감독의 '괴인'과 임오정 감독의 '지옥만세' 두 편이 상영된다. 전자는 목수로 일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남자와 그 주변 인물들이 미스터리 사건에 휘말리는 내용이다. 독창적인 리듬과 짙은 잔상으로 눈길을 끈다. 후자는 자신들을 괴롭힌 악인에게 복수하려고 길을 나선 두 소녀의 모험을 다룬다. 발칙한 기획력과 상상력으로 신선한 재미를 전한다.

아미르 바쉬르 감독 '그 겨울' 스틸 컷

아미르 바쉬르 감독 '그 겨울' 스틸 컷



심사에는 세르주 투비아나 유니프랑스 회장을 비롯해 알랭 기로디 감독, 카밀라 안디니 감독, 배우 가세 료, 이유진 영화사집 대표 등이 참여한다. 투비아나 회장은 프랑스 영화 비평지 '카이에 뒤 시네마'에서 26년간 편집장으로 활동한 전 시네마테크 프랑세즈 관장이다. 베를린국제영화제, 칸국제영화제 등에서도 심사위원으로 활동했다.


기로디 감독은 '호수의 이방인(2013)'으로 칸영화제에서 '주목할만한 시선' 감독상을 받은 연출자다. 안디니 감독은 인도네시아 출신 여성 연출자로, '유니(2021)'로 토론토국제영화제 토론토 플랫폼상을 수상했다. 가세 료는 기타노 다케시, 고레에다 히로카즈, 구로사와 기요시 등 일본 명감독들의 작품에서 주연한 배우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2006)', 홍상수 감독의 '자유의 언덕(2014)',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사일런스(2017)' 등 해외 작품에도 다수 출연했다. 이유진 대표는 '전우치(2008)', '검은 사제들(2015)', '브로커(2022)' 등의 제작자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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