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신경세포 들여다 보는 '초미세 내시경' 개발

IBS 공동연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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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주사기보다 얇아 모세혈관이나 신경계까지 3D 입체로 관찰할 수 있는 초미세 내시경이 개발됐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최원식 분자 분광학 및 동력학 연구단(단장 조민행) 부연구단장(고려대 교수)이 최영운 고려대 교수와 공동으로 주삿바늘보다 가는 두께의 내시경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박테리아보다 작은 생체 구조의 입체 이미지를 얻는 데 성공했다고 2일 밝혔다.

내시경은 좁은 공간 안의 물체나 인체 내부의 영상을 획득하기 위해 만들어진 영상 장비이다. 일반적으로 내시경은 관찰하고자 하는 물체 내부에 가느다란 영상 장비를 삽입하여 신호를 받아들이는데, 끝단(프로브)에 카메라를 부착해 직접 관찰하거나, 빛을 이용해 정보를 전달하는 광섬유로 이미지를 얻는다. 카메라 센서를 사용하는 경우 프로브의 두께가 두꺼워져 피부 일부를 절개해서 삽입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반면 광섬유 다발을 이용한 내시경의 경우 좀 더 얇은 형태로 제작할 수 있어 절개부위와 환자의 불편함을 최소화할 수 있다.


하지만, 기존의 광섬유 내시경은 개별 광섬유의 코어(광섬유 속에서 빛을 통하게 하는 물질) 간에 생기는 빈 공간 때문에 선명한 이미지를 얻기 어려웠다. 또, 광섬유 다발 끝에서 생기는 자체 반사가 원하는 신호만 관찰하는 것을 방해해서 반사율이 낮은 생물 구조를 관찰하기 힘들게 했다. 관찰을 위해서는 형광 염색을 해야 하지만, 인체에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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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광섬유 다발 말단 부분에 렌즈나 어떠한 장비도 부착하지 않고도 고해상도로 관찰 가능한 아주 얇은 내시경을 개발해 기존 광섬유 내시경의 한계를 극복했다. 연구팀은 광섬유 다발 중 하나의 광섬유에 빛을 집속시켜 광섬유에서 일정 거리 떨어져 있는 물체를 조명했다. 물체에서 반사된 빛은 여러 개의 다른 광섬유를 통해 물체에 대한 정보를 전달한다. 이때 얻은 반사 홀로그래피 이미지를 측정하고 각 코어마다 발생되는 왜곡을 보정해 고해상도 이미지를 얻었다.


개발한 내시경은 광섬유 말단에 어떠한 장비도 부착하지 않아 내시경 프로브의 지름이 350μm(마이크로미터)로 매우 얇은데, 이는 피부에 놓는 주삿바늘(약 500μm)보다도 가늘다. 이를 이용해 쥐의 융털(소장 안에 있는 구조물)과 같이 반사도가 매우 낮아 관찰하기가 어려운 생물 샘플에서도 형광 염색 없이 이미지 정보를 얻었다.

특히 이번에 개발한 내시경은 일반적인 광섬유 다발 내시경으로 할 수 없는 현미경급의 고해상도 이미지 촬영이 가능하다. 물체 간 거리가 850nm(나노미터)정도 떨어져 있는 것도 구분할 수 있을 정도다. 참고로 박테리아 크기가 1,000nm(1μm, 즉 100만분의 1m) 정도다. 측정한 홀로그래피 정보를 보정해 다중 깊이의 3D 이미지도 복원할 수 있는데, 물체 간 깊이가 14μm 정도 떨어져 있는 것도 구분할 수 있다.


최원식 부연구단장은 “획기적으로 얇은 고해상도 내시경을 개발했다.”라며 “기존의 내시경으로 접근하기 어려웠던 폐나 모세혈관, 나아가 뇌 신경계까지 최소한의 피부 절개로 질병을 조기 진단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IF 17.69)에 지난달 2일 온라인 게재됐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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