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명환 기자] 서학개미(해외 주식 투자를 하는 국내 투자자)의 눈이 배당과 채권 상장지수펀드(ETF)로 향하고 있다. 인플레이션과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글로벌 증시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배당 수익과 채권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가는 배당·채권 ETF가 시장 방어적이면서 안정 추구형 수단이 될 수 있어 현명한 투자 전략을 추구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1일 아시아경제가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SEIBro)을 통해 지난 8월 한 달 동안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주식 순매수 상위 종목을 살펴본 결과, 고배당주 또는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TF가 상위권에 다수 이름을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투자자들의 순매수 상위 10종목 중 4종목이 고배당주나 채권을 추종하는 ETF였다.
국내 투자자들은 국채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20+ 이어 트레져리 불 3X 셰어즈(TMF)'를 8월 한 달 7057만달러(약 955억원)어치 사들이며 2번째로 많이 순매수했다. 이 ETF는 미국의 20년물 국채를 3배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다. 투자등급 이상을 받은 기업의 회사채에 투자하는 '아이셰어즈 iBoxx 달러 인베스트먼트 그레이드(LQD)'도 9위에 올랐다.
고배당주에 투자하는 ETF도 상위권에 올랐다. 배당성장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슈왑 US 디바인디드 에쿼티(SCHD)'가 7위에 올랐다. 월배당 커버드콜 ETF인 'JP모건 에쿼티 프리미엄 인컴(JEPI)'이 바로 뒤를 이었다. 커버드콜이란 주식과 옵션을 동시에 거래하는 것으로, 주식을 보유한 상태에서 콜옵션을 다소 비싼 가격에 팔아 위험을 줄인다. 주가 상승기에 수익률이 덜한 대신 하락장에선 하락 폭을 줄일 수 있어 횡보장이나 약세장에 적합하다.
서학개미들이 이들 종목을 장바구니에 담은 이유는 시장의 불확실성으로 수익률 하락을 방어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반기 들어 점차 커지고 있는 인플레이션 우려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기조, 유례없는 달러 강세 등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만 하더라도 국내 투자자들의 순매수 상위 10종목에는 고배당 및 채권 관련 ETF가 없었다.
글로벌 증시의 불확실성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안정을 추구하는 배당형 ETF가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전망이다. 윤재홍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국내에서도 월배당 형태에 대한 관심은 충분히 높은 만큼 향후 월배당 ETF의 지속적인 상장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고배당 형태라도 인덱스 구성에 있어서 배당 성향 및 이익 안정성 등 배당의 지속 가능성과 관련된 요소들이 함께 고려된다면 일정 부분 안정성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월배당 ETF에 투자할 땐 편입 자산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는 조언도 함께 나온다. 윤 연구원은 "월배당은 단순히 배당 지급 주기를 빈번하게 하는 것에 국한되지 않으며, 좀 더 예상할 수 있고 대응력 높은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판단"이라며 "가장 중요한 기준은 배당의 지속 가능성과 안정성이 돼야 하며, 이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은 편입 자산의 성격"이라고 조언했다.
채권 ETF의 경우 지난달 26일 미국 증시에 새로 상장된 채권 커버드콜 ETF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김인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침체 우려에 따른 금리 인하 기대감이 공존하는 국면"이라며 "채권 커버드콜 ETF는 경기 리스크 및 저가매력 부각 시 채권 가격 상승에 대응하면서도 긴축 경계 속 하방 리스크를 옵션 프리미엄을 통해 헤지하는 상품군으로써 주목받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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