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주 기자] "호프집을 하는 자영업자인데요. 제가 빚 탕감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이 될까요?" 10월 새출발기금 출범을 앞두고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와 신용회복위원회가 운영하는 콜센터에는 전국 각지의 자영업자들의 문의전화가 쏟아지고 있다. 5일 한 콜센터 상담원은 "콜센터 시작 첫날에만 100통이 넘는 전화가 왔다"며 "대부분 부실차주에 해당하는 분들의 전화인데, 이분들은 빚 탕감을 받을수 있는 구체적인 기준이나 신청방법 등을 문의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문제는 콜센터에서 차주들에게 구체적으로 알려줄 수 있는 정보는 많지 않다는 점이다. 금융위원회가 연체 90일 미만 부실우려차주의 세부기준에 대해서 공개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의도적으로 탕감 조건을 맞추려는 채무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촉발할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그러나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전화해 봤자 지금은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별로 없더라"는 볼멘 목소리도 나온다. 한 40대 자영업자는 "10월부터 접수를 시작한다, 접수를 하고 심사를 받아봐야 지원 대상이 될 수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있다, 10월 접수 이후 최소 2주에서 2개월 정도가 지나면 대상자에 해당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란 게 다였다"며 "나는 생사가 달린 문제인데 눈에 보이는 답이 없어 답답했다"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자영업자들이 모인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새출발기금의 신청조건에 관한 관심이 뜨겁다. 정책 수혜 가능성을 서로 질문하면서, 지원 대상 차주에 대한 공개된 조건을 공유해주는 답글이 달리는 식이다. 예컨대 ‘힘들어도 빚을 갚아왔는데, 연체자가 아니라면 소용이 없다’는 토로성 게시글에는 “미연체자도 부실우려차주로 분류될 수 있다”, “2020년 4월 이후 폐업을 했다면 (연체가 없어도) 해당될 수 있다”는 답글이 달리며 정부 지원책 정보를 주고받는 식이다.
3개월 이상 연체 차주를 대상으로 장기간 분할상환을 지원하는 신용회복위원회의 채무조정 제도나, 연 7% 이상 비은행권 대출을 5.5~7.0% 저금리 정책자금으로 바꿔주는 중소벤처기업부 대환대출 정책이 대표적이다.
새출발기금을 둘러싼 ‘도덕적 해이’ 조장 논란을 두고선 복합적인 분위기가 읽힌다. “어려워도 빚을 꼬박꼬박 갚은 차주로서 도리어 연체자들에게만 혜택을 주는 듯해 억울하다”며 도덕적해이 지적에 공감하는 의견과, 실제로 빚을 탕감해주는 대상이 적어 실효성이 과장됐다는 의견이 동시에 쏟아졌다.
수원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지연씨(31세)는 “코로나 시기 초반 영업이 거의 마비되던 순간들에도 빚을 성실히 갚았다”며 “성실한 차주들을 역차별 받는 것 같아 억울하다”고 했다. 반면 자영업자 커뮤니티에선 "채무 탕감은 연체 90일 이상이어야 하는데, 1주일만 연체가 발생해도 카드가 정지되는 나라에서 신용불량자 정도는 돼야 빚 탕감이 가능할 것"이라며 "이번 제도 혜택을 받는 사람이 많지 않아 실효성이 높지 않아 보인다"는 지적도 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