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이변 재난" 파키스탄 초토화시킨 '괴물 몬순' 뭐길래

대륙과 해양 열 차이로 발생
남아시아 일대와 한국 포함한 동아시아 등 영향권
전문가들 "지구 온난화가 몬순 더욱 강력하게 만들었다"

파키스탄 남서부 발루치스탄주 자프라바드에서 한 이재민 가족이 가재도구 등을 짊어지고 폭우로 침수된 지역을 지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파키스탄 남서부 발루치스탄주 자프라바드에서 한 이재민 가족이 가재도구 등을 짊어지고 폭우로 침수된 지역을 지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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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주리 기자] 파키스탄 전역이 유례없는 여름철 폭우로 시름을 앓고 있다. 석 달 간 이어진 폭우로 인한 홍수에 정부는 비상사태를 선포했고 사망자 수는 1100명대에 이른다. 국토 3분의 1이 물에 잠겼고 파키스탄 인구의 7명 중 1명꼴인 3300만명 이상이 홍수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된다.


파키스탄에 최악의 홍수가 발생한 건 이른바 '괴물 몬순'이 몰고 온 기록적인 집중호우 때문이다. 계절풍을 뜻하는 몬순(Monsoon)은 아라비아어로 계절을 뜻하는 마우짐(mausim)에서 유래됐다. 대륙과 해양의 열 차이에 의해 발생하는 몬순은, 겨울에는 대륙에서 바다로, 여름에는 바다에서 대륙으로 계절풍이 부는 현상이다. 파키스탄과 인도 등 남아시아 일대와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등 아시아의 많은 국가가 몬순 기후의 영향을 받는다.

일부 과학자들은 지구 온난화가 몬순을 더욱 강력하고 불규칙하게 만들었다고 분석한다. 기온이 높아질수록 수증기가 많이 발생해 폭우가 내리게 된다는 것이다. 지구의 기온이 1도 올라가면 남아시아 지역에서 우기에 내리는 비의 양이 5%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 등이 근거다. 올여름에 한국과 파키스탄 등 몬순 기후 지역에 있는 국가들이 기록적인 물 폭탄을 맞은 것도 이례적으로 많은 수증기량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셰리 레흐만 파키스탄 기후변화부 장관은 전 세계적 기후 위기를 홍수의 주요인으로 꼽았다.


레흐만 장관은 "파키스탄은 극지방 이외에 가장 많은 빙하가 있는 곳"이라며 "파키스탄 북부 산악지대의 빙하가 평소보다 빨리 녹으면서 폭우를 악화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어 "기후 이변으로 인한 대규모의 인도주의적 재난"이라고 강조했다.

아흐산 이크발 개발계획부 장관도 "선진국의 무책임한 개발로 파키스탄이 기후 이변의 희생자가 됐다"며 "우리의 탄소 배출량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며, 세계는 우리가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데 도움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크발 장관에 따르면 홍수로 인한 피해액 추정치가 100억 달러를 훨씬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크발 장관은 이번 피해가 2010년 홍수 사태 때보다 더 크다고 설명했다. 파키스탄에선 2010년에도 우기 홍수로 큰 피해를 입었다. 당시 2000명 이상이 숨지고 국토의 5분의 1가량이 물에 잠겼다.


이크발 장관은 "홍수 피해를 복구하는 데 5년가량 걸릴 것"이라면서 "수일 내로 심각한 식량 부족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주리 기자 rainbo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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