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인플레 5%훨씬 넘으면 물가 우선…내년 하반기 3% 아래"(종합)

이창용 한은 총재 잭슨홀서 인터뷰
"한은, Fed 독립적이지 못해 금리인상 조기종료 어려워"
연준, 내달 자이언트스텝 11·12월 빅스텝 나서면
한미간 금리차 더 벌어져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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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잭슨홀 미팅에서 세 번째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예고하면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셈법도 복잡해졌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이 국내 사정엔 적절하다는 입장이지만 미 Fed의 움직임에 따라 유연하게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잭슨홀 미팅에서 "한은은 미 Fed로부터 독립적이지 못하다"고 한 이 총재 발언에 바로 이 같은 고민이 그대로 녹아있는 것이다. 내년 하반기 물가가 3%대 아래로 내려오면 통화정책 변화 가능성을 내비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총재는 지난 27일(현지시간)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일부 외신(블룸버그TV)과의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이 약 5%를 유지한다면 통화정책 정상화 기간은 연장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내년 말까지 인플레이션이 3% 밑으로 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그런 일이 생긴다면 누가 알겠느냐"고 반문했다. 한은의 8월 경제 전망에 따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내년 상반기 4.6%에서 하반기 2.9%로 낮아진다. 상반기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 가더라도 하반기 물가가 3%대 아래로 내려온다면 통화정책 방향을 전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내년 한국의 물가가 5% 위에서 머문다면 상반기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이 가능하냐는 질문에는 "국제유가 및 가스가격, 중국의 코로나 정책, 중국과 미국의 경기 둔화 등 현재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기 때문에 미리 언급하기는 어렵다"며 "만약 인플레이션이 계속해서 약 5%를 크게 웃돈다면 파월 의장이 말한 것처럼 한은도 물가 안정을 우선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앞서 또 다른 외신과의 인터뷰에서도 "한은의 통화정책이 한국 정부로부터는 독립했지만 Fed의 통화정책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한 것은 아니다"며 "지난해 8월 한은이 Fed에 앞서 금리 인상을 시작했지만 조기종료는 어렵다"고 토로했다.


한은 금통위는 지난 25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지만 Fed가 내달 자이언트스텝을 예고하면서 올해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최소 0.5%포인트 더 끌어올릴 가능성이 커졌다. 현재 한미 간 기준금리는 2.50%로 동일한 상황이지만 Fed가 내달 0.75%포인트 인상에 나서면 미국의 기준금리(3.00~3.25%) 상단은 한국보다 0.75%포인트 높게 된다. 또 Fed가 오는 11월과 12월에 각각 빅스텝에 나서고 한국의 기준금리 동결을 가정하면 연말께 금리차는 1.75%포인트에 이를 수도 있다.

미국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은 원화 약세 요인으로, 올해 들어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11% 올랐고 원화 가치는 지난주 13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미 기준금리 인상으로 원화가 추가로 약세를 보이고 한국에 더 강한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금리 격차 자체가 우리의 주된 정책목표는 아니지만,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지면 분명히 원화 가치 절하 압력이 된다"면서 "원화 평가절하는 한국 물가 상승률을 높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금통위 직후 간담회에서도 "역사적으로 볼 때 격차가 크게 벌어졌을 때 1%포인트 중심으로 왔다갔다했기 때문에 격차가 너무 커지지 않는 정도로 부정적인 영향을 모니터링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장은 미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면서 한은이 내년 상반기에도 금리 인상 행보를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석길 JP모건 금융시장운용부 본부장은 "한은이 올해 세 차례(8·10·11월)와 내년 1월까지 연속으로 0.25%포인트씩 인상해 기준금리가 3.25%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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