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인플레 5%훨씬 넘으면 물가 우선…내년 하반기 3% 아래로"

이창용 한은 총재 잭슨홀서 인터뷰
"한은, Fed 독립적이지 못해 금리인상 조기종료 어려워"
연준, 내달 자이언트스텝 11·12월 빅스텝 나서면
한미간 금리차 더 벌어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20825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2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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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잭슨홀 미팅에서 세 번째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예고하면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셈법도 복잡해졌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이 국내 사정엔 적절하다는 입장이지만 미 Fed의 움직임에 따라 유연하게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잭슨홀 미팅에서 "한은은 미 Fed로부터 독립적이지 못하다"고 한 이 총재 발언에 바로 이 같은 고민이 그대로 녹아있는 것이다. 내년 하반기 물가가 3%대 아래로 내려오면 통화정책 변화 가능성을 내비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총재는 지난 27일(현지시간)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일부 외신(블룸버그TV)과의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이 약 5%를 유지한다면 통화정책 정상화 기간은 연장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내년 말까지 인플레이션이 3% 밑으로 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그런 일이 생긴다면 누가 알겠느냐"고 반문했다. 한은의 8월 경제 전망에 따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내년 상반기 4.6%에서 하반기 2.9%로 낮아진다. 상반기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 가더라도 하반기 물가가 3%대 아래로 내려온다면 통화정책 방향을 전환할 가능성도 있다.

내년에도 한국의 물가가 5% 위에서 머문다면 상반기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이 가능하냐는 질문에는 "국제유가 및 가스가격, 중국의 코로나 정책, 중국과 미국의 경기 둔화 등 현재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기 때문에 미리 언급하기는 어렵다"며 "만약 인플레이션이 계속해서 약 5%를 크게 웃돈다면 파월 의장이 말한 것처럼 한은도 물가 안정을 우선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앞서 또 다른 외신과의 인터뷰에서도 "한은의 통화정책이 한국 정부로부터는 독립했지만 Fed의 통화정책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한 것은 아니다"며 "지난해 8월 한은이 Fed에 앞서 금리 인상을 시작했지만 조기종료는 어렵다"고 토로했다.

한은 금통위는 지난 25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지만 Fed가 내달 자이언트스텝을 예고하면서 올해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최소 0.5%포인트 더 끌어올릴 가능성이 커졌다. 현재 한미 간 기준금리는 2.50%로 동일한 상황이지만 Fed가 내달 0.75%포인트 인상에 나서면 미국의 기준금리(3.00~3.25%) 상단은 한국보다 0.75%포인트 높게 된다. 또 Fed가 오는 11월과 12월에 각각 빅스텝에 나서고 한국의 기준금리 동결을 가정하면 연말께 금리차는 1.75%포인트에 이를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금통위 직후 간담회에서 "역사적으로 볼 때 격차가 크게 벌어졌을 때 1%포인트 중심으로 왔다갔다했기 때문에 격차가 너무 커지지 않는 정도로 부정적인 영향을 모니터링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장은 미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면서 한은이 내년 상반기에도 금리 인상 행보를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석길 JP모건 금융시장운용부 본부장은 "한은이 올해 세 차례(8·10·11월)와 내년 1월까지 연속으로 0.25%포인트씩 인상해 기준금리가 3.25%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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