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보다 물가 낮다고? '자가주거비' 반영 안한 착시효과입니다

조세재정硏, '인플레이션과 공공부문 재정' 보고서 게재
"국내 소비자물가, 자가주거비 반영시 1.6%P 더 올라…이미 8% 돌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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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세종=권해영 기자] 국내 소비자물가지수에 자가주거비를 포함할 경우 물가가 1.7%포인트 더 올라 이미 상반기 물가 상승률이 7%대를 돌파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기·가스요금 등 공공요금 원가 상승분까지 소비자 판매가격에 반영하면 물가 상승률은 이미 8%대를 넘어선 것으로 추산됐다.


29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발간한 '2022년 재정포럼 8월호'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인플레이션과 공공부문 재정' 보고서(장용성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를 게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물가지수에서 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한국이 9.8%로 미국(32%) 보다 크게 낮다. 이는 소유한 집을 임대한 후 다른 집에 거주할 때 드는 비용인 자가주거비를 포함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월 기준 5.4%로 미국(8.6%), 유로존(8.1%) 대비 상대적으로 선방한 것과 같은 착시 효과를 부른다는 것이 보고서의 분석이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20개국이 어떤 형태로든 자가주거비를 반영한 물가지수를 발표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여기에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사용하는 전월세 가격 변동이 실제 시장 가격 변동보다 적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KB국민은행, 한국부동산원 전세가격 지수를 써야 한다는 것이다.


장용성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소비자물가지수에 자가주거비 비중을 포함하고 집값, 전월세값 상승을 반영해 물가 상승률을 다시 계산하면 공식 지표 대비 인플레이션율이 약 1.6%포인트 추가 상승할 것"이라며 "전월세 시장 상황을 반영하는 통계로 경제분석에 자주 사용되는 전세가격 지수를 사용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추가로 0.1%포인트 더 올라간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주거비와 관련된 이 두 가지 요인을 반영한 물가 상승률은 공식 물가 상승률보다 약 1.7%포인트 높아져 7%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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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 억제도 물가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낮아 보이는 착시 효과를 낳고 있다. 한국전력, 한국가스공사의 영업손실을 보전할 만큼 전기료, 도시가스료를 인상한다는 가정 아래 물가지수를 계산하면 물가 상승률은 추가로 1%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분석됐다. 공공요금 인상을 억누르는 것은 현재의 물가 상승 요인을 미래로 떠넘기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장 교수는 "이들 요인을 모두 고려해 계산한 가상의 잠재적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1년 12월 7%에 도달했고, (지금은) 공식 통계보다 훨씬 높은 8%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며 "물가지수는 정부 정책 수립과 민간 부문 경제활동에도 준거가 되는 중요 지표인 만큼 시장 상황을 잘 반영하도록 지속적으로 보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세종=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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