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최된 제2차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 박병원 금융규제혁신회의 의장 및 민간위원 16명 등과 플랫폼 금융서비스 활성화 방안과 규제 샌드박스 내실화 방안을 심의했다.
원본보기 아이콘[아시아경제 송화정 기자] 앞으로 소비자는 금융회사의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금융 및 비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은행앱을 통해 세금 및 공과금 고지서 등 통합 관리가 가능해지고 보험회사가 제공할 수 있는 디지털 헬스케어서비스 범위도 확대된다. 또한 예금, 보험, 온라인투자연계금융(P2P) 상품에 대한 온라인 판매중개업도 시범운영된다.
23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금융규제혁신회의는 제2차 회의를 열고 플랫폼 금융서비스 활성화 방안과 규제 샌드박스 내실화 방안을 심의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이 두 과제는 경제전반에서 디지털화와 플랫폼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의 디지털 혁신을 위해 시급한 과제"라며 "플랫폼 비즈니스가 가져올 부작용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뒷받침돼야 소비자 편익이 극대화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알고리즘 공정성 확보, 불완전판매 방지, 손해배상 보증금 예치, 플랫폼의 우월적 지위 남용 방지 등 보완방안을 함께 마련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규제혁신 과정에서 이해관계의 충돌이 불가피하게 발생하지만 규제혁신의 지향점은 '소비자를 위한 혁신'"이라며 "이번 조치로 디지털 전환 부문에서 금융회사, 핀테크, 빅테크 간의 건전한 경쟁을 통해 자율적인 혁신이 일어나고 소비자 편익이 크게 증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플랫폼 금융이 활성화되는 과정에서 알고리즘에 대한 관리·감독이 금융소비자 보호에 가장 중요한 이슈라고 생각한다"면서 "향후 금감원은 금융소비자 이익이 최우선이 될 수 있도록 알고리즘 적정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업무범위 제한 및 자회사 투자 규제 합리화 등을 통해 금융회사가 금융 플랫폼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먼저 은행에 대해서는 폭넓은 데이터를 활용해 고객 맞춤형 금융·비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디지털 유니버설 뱅크로 도약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한다. 이를 위해 은행의 플랫폼 관련 업무범위를 확대한다. 그동안에는 업격한 부수업무 규제 때문에 플랫폼 관련 다양한 서비스 제공이 어려웠다. 앞으로는 플랫폼 관련 다양한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도록 부수업무 해당여부를 유연하게 해석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은행앱에서 국민연금 가입내역, 건강보험 납입내역, 세금 및 공과금 고지서 등을 통합 관리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또한 이용자의 주민번호가 아닌 대체수단을 활용해 온라인 상(회원가입, 금융거래 등)에서 이용자를 식별·인증하는 본인확인서비스는 물론 기업고객을 대상으로 물품 구매·계약·발주 등 공급망 관리와 이체·송금·대출 등 금융서비스가 융합된 플랫폼 서비스 제공도 가능하다.
금융위는 향후 법령 개정을 통해 업무범위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관련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통합앱 운영을 부수업무로 허용한다. 그동안에는 은행이 통합앱을 통해 보험·카드·증권 등 계열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 은행의 업무로서 영위가 가능한지,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상 중개에 해당하지 않는지 등 법적 불확실성이 존재했다. 금융위는 통합앱 운영을 우선 해석을 통해 허용하고 추후 법령에 반영할 방침이다. 또한 은행이 계열사 상품권유·계약체결에 관여하지 않고 판매 주체에 관한 오인 가능성이 낮은 경우는 중개로 보지 않는 등 금소법상 중개 해당여부에 관한 판단 기준도 명확하게 하고 계열사 비금융서비스도 연결·제공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보험·카드사가 통합앱을 운영하는 경우에도 동일하게 해석·적용된다.
은행 계열사간 정보 공유도 고객이 동의한 경우 부수·겸영업무 신고 등 별도 절차 없이 허용된다. 다만 '개인정보보호법' '신용정보법' 등에 따라 제공하는 정보의 내용 및 목적 등은 고객이 충분히 인지할 수 있도록 설명·안내해야 하며 고객이 동의하지 않거나 동의를 철회하는 경우에는 정보 제공을 할 수 없다.
금융위 관계자는 "고객 동의를 받은 경우 정보 활용이 자유로운 빅테크·핀테크, 통신·유통 등 타 업권과의 규제 형평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보험에 대해서는 '헬스케어 금융플랫폼' 구축 지원을 위해 보험회사가 제공할 수 있는 디지털 헬스케어서비스 범위를 확대한다. 이에 따라 의료행위에 해당되지 않는 범위에서 건강통계 분석 등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또한 헬스케어 자회사에 다양한 헬스케어 업무를 허용해 개인·기업 대상 건강관리서비스, 헬스케어 관련 물품의 도소매, 소프트웨어 개발·판매, 시설 운영 등이 가능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보험계약자의 건강관리 노력에 비례한 리워드 지급한도를 현행 3만원에서 20만원으로 상향한다. 헬스케어 플랫폼 내에 종합금융서비스 제공도 추진한다. 보험사의 오픈뱅킹 참여를 허용하고 '전자금융거래법' 개정 시 보험사의 지급지시전달업(마이 페이먼트) 영위 허용을 추진한다.
카드에 대해서는 '생활밀착 금융플랫폼' 구축 지원을 위해 여전사가 신고 없이 영위할 수 있는 부수업무를 확대하고 여전사가 타업권(개인정보만 동의 요구)과 마찬가지로 기업·법인 정보는 정보 주체 동의없이 활용하고 카드사가 마이데이터 사업자로서 고객 상황에 적합한 타 카드사 상품을 추천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검토할 방침이다.
유권 해석을 통해 지주 내 체계적인 통합앱 운영이 가능하도록 지주회사가 통합앱 기획·개발, 관리·유지 업무 등을 수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중장기적으로 법령 개정 등을 통해 지주회사가 통합앱을 직접 운영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온라인 금융상품 판매중개업이 시범운영된다. 현재는 소비자에게 다양한 금융상품을 비교·추천하는 서비스는 금융상품 중개에 해당하기 때문에 등록을 하거나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대출상품 외에는 온라인 플랫폼의 특성을 고려한 등록제도 등이 마련돼 있지 않아 서비스가 곤란한 상황이다. 금융위는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통해 예금, 보험, P2P 상품에 대한 온라인 판매중개업의 시범운영을 허용한다. 다만 펀드 상품은 원금 손실 및 불완전판매 우려가 있음을 고려해 예금·보험 등 시범운영 성과를 6개월 정도 일정기간 지켜보면서 플랫폼 업체에 대한 투자중개업 인가를 검토할 계획이다.
상품별로 보면 예금은 테크기업 뿐만 아니라 금융회사도 복수 금융사의 예금상품을 비교·추천하는 온라인 서비스를 시범운영할 수 있도록 허용된다. 금소법상 예금성 상품 중 정기 예·적금 상품에 대해 허용하되 은행 뿐만 아니라 저축은행, 신협 등의 예·적금 상품도 취급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수익률 변동 가능성이 있는 주가지수연동예금(ELD) 등 특수 예금상품은 제외된다.
보험은 마이데이터 사업자, 전자금융업자가 복수 보험사의 보험상품을 비교·추천하는 온라인 서비스를 시범운영할 수 있도록 허용된다. 은행 등 금융회사는 방카슈랑스 제도를 통해 보험대리점 등록이 가능하다. 보장범위는 종신, 변액, 외화보험 등 상품구조가 복잡하거나 고액계약 등 소비자 피해 우려가 큰 상품은 제외하고 허용된다. 허용되는 보장범위 내에서 대면용, 텔레마케팅(TM)용, 사이버마케팅(CM)용 상품 모두 취급할 수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시장 안정, 소비자 보호 등 문제 발생 우려도 있으므로 일정 조건 하에 시범운영하면서 리스크 요인을 면밀히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소비자보호 등 관련 리스크 보완장치도 마련했다. 통합앱 운영 관련 소비자 보호 내실화를 위해 소비자가 혼동·오인하지 않도록 판매주체를 명확히 안내하고 민원·분쟁 해결 절차, 정보보호·보안 등 소비자보호체계 구축을 의무화한다. 판매주체 미고지, 부당표시·광고 등으로 피해가 발생할 경우 통합앱 운영사가 판매주체와 함께 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된다.
플랫폼 영업 리스크에 대한 '중층 관리체계'를 구축한다. 금감원은 플랫폼에 판매를 위탁하는 금융회사가 위탁에 따른 리스크를 적정하게 통제·관리하는지 점검해 필요시 개선을 권고하게 된다. 플랫폼에 대해 기존 금소법 등의 판매중개업자에 대한 영업행위 규제(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설명 의무, 부당권유 금지 등)를 적용한다. 플랫폼의 특성을 고려해 소비자 보호, 불공정행위 방지, 금융시장 안정 등을 위한 새로운 규제(불완전판매 방지를 위한 취급상품 제한, 비교·추천 알고리즘의 공정성 확보 의무 부과, 플랫폼의 보험사에 대한 우월적 지위 남용 방지 등)를 적용한다. 이같은 내용은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시 진입요건 및 부가조건에 반영된다.
온라인 예금상품 중개 시 급격한 머니무브 방지를 위해 금융회사별로 전년도 모집액의 일정한도 (은행 5%, 저축은행·신협 3%) 내에서 플랫폼 판매가 허용된다. 금융회사별 모집실적 및 수수료 공시 의무, 영업보증금(1억원) 예치 또는 책임보험 가입 의무 등이 부과된다. 온라인 플랫폼의 보험상품 취급 시에도 불법행위 배상을 위한 영업보증금 예치가 의무화된다.
금융규제 샌드박스 내실화를 위해 심사체계를 개편한다. 민간위원들이 전문성과 객관성에 기반해 자율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민간 공동위원장을 신설한다. 금융위·금감원 실무단의 전문성을 보완하고 신속·정확한 심사를 지원하는 '혁신금융 전문가 지원단'을 법률·특허전문가 등으로 구성한다.
제도 운영의 안정성 및 예측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해 특례 종료 후 처리방향을 조기 통보해 시장이 충분히 대비할 수 있도록 하고 사업중단 리스크에 대한 사전 대응체계로 구축한다. 혁신위·금융위는 만기도래 3개월 전까지 제도화 여부 등 향후 처리 방향에 대해 사업자에 통보해야 한다.
예비 핀테크를 집중 지원하는 한편 혁신사업자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등 지원 체계도 개편한다. 핀테크 사업자별로 담당자를 지정하는 책임자 지정제를 운영하고 기존에 혁신금융서비스를 지정받은 사업자의 경우 신속하게 서비스를 출시·운영할 수 있도록 책임성 확보 장치를 마련한다.
금융위는 유권해석 등 즉시 시행 가능한 조치들은 즉시 시행하고 법령 개정, 가이드라인 마련, 관계기관 협의 등도 신속하게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은행 플랫폼 부수업무 범위 확대를 위한 심사를 하반기 중에 진행하고 예금·보험·P2P 중개 시범운영을 위한 혁신금융서비스 심사는 10월에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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