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현주 기자] "심심한 사과 말씀드립니다." , "난 안 심심하다."
최근 한 업체가 밝힌 사과문에 쓰인 '심심한 사과' 문장을 두고 일부 누리꾼들 사이에서 지루하다는 의미의 '심심'으로 잘못 이해해, 문해력 논란이 일고 있다. 업체가 밝힌 '심심' 의미는 마음 깊이라는 의미로, 더욱 반성하고 깊게 사과한다는 말이다.
지난 20일 인기 웹툰 작가의 사인회가 예정됐던 서울의 한 카페 측은 예약 과정 중 발생한 시스템 오류에 대해 사과했다. 이 업체는 "사인회 예약이 모두 완료됐다"며 "예약 과정 중 불편 끼쳐드린 점 다시 한번 심심한 사과 말씀드린다고 했다.
이를 본 일부 누리꾼들은 '심심한 사과'의 뜻을 오해하고 비판을 제기했다. 이들은 "심심한 사과? 난 하나도 안 심심하다. 대응이 재밌다.", "앞으로 공지는 생각 있는 사람이 올려라", "어느 회사가 사과문에 심심하다고 쓰냐"며 강한 비난을 쏟아냈다.
결국 21일 해당 업체는 "예약 과정에서 겪으셨을 혼선과 불편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 말씀드린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다시 올렸다. '심심한 사과' 대신 '진심으로 사과'라는 표현으로 대체한 것이다.
이번 해프닝을 두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실질 문맹률', '문해력' 논란이 일었다. 해당 웹툰이 성인용 콘텐츠이기 때문에 대부분 구매자 또한 성인이었을 가능성이 큰데도 '심심하다'라는 표현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 놀랍다는 반응이다. 또 '심심하다'라는 표현을 알지 못했더라도 이를 검색해보거나 앞뒤 문맥을 통해 유추해볼 생각을 하지 않고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였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런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0년에는 월요일이었던 8월17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서 사흘간 연휴가 이어진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에 사흘을 4일로 알고 있던 시민들이 사흘의 뜻을 검색해보면서 포털사이트 인기검색어 1위에 '사흘'이 올라오기도 했다. 또 거래처 대표에게 '금일'이라는 표현을 썼다가 "금요일에 보기로 했지 않느냐"는 항의를 받았다는 일화도 유명하다. 금일은 지금 지나가고 있는 날, 즉 오늘을 말한다.
한편 2명 중 1명이 글을 읽고 의미를 이해하는 일에 어려움을 느낀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있다. 지난해 취업포털 인크루트와 바로면접 알바콜이 직장인과 자영업자 등 1310명을 대상으로 '현대인의 문해·어휘력 실태'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보고서나 기획안 등 비교적 내용이 길고 전문용어가 많은 비즈니스 문서를 읽을 때 어려움을 느끼는가'라는 질문에 '대부분 느낀다'는 답변은 6.3%, '종종 느낀다'는 답변은 44.5%로 나타났다.
또 본인의 문해·어휘력이 부족하다고 밝힌 사람들에게 '학창시절 때보다 그 수준이 낮아졌다고 생각하는지' 물어본 결과, 10명 중 9명(89.4%)이 '그렇다'라고 답했다. 이들은 본인의 문해력이 낮아졌다고 평가한 이유로 ▲메신저, SNS 활용으로 단조로워진 언어생활(95.4%) ▲독서 부족(93.0%) ▲유튜브 등 영상 시청 증가(82.1%) ▲장문의 글읽기가 힘듦(67.7%) ▲한문 공부 부족(36.7%) 등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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