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중국이 '반도체 굴기'를 위해 60조원대을 투자한 칭화유니그룹과 우한훙신반도체제조(HSMC). 그러나 제대로 된 기술 개발에 실패해 최근 파산 위기에 몰렸고 창립자는 당국에 연행돼 부패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이처럼 중국이 미국과의 기술 패권 전쟁을 '자처'하고 있지만, 실제론 기술 자립에 실패하고 있으며 미국ㆍ유럽의 첨단 기술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미국의 헤리티지 재단은 지난달 미국과 유럽의 기술에 대한 중국의 의존도를 분석한 보고서를 펴내 이같이 분석했다. 보고서는 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미ㆍ중간 경쟁을 기술적 경쟁 관계로 보고 있지만 현실에선 오히려 중국은 미국의 기술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중국의 무역 적자가 반도체를 포함한 전자 기기 부문에서 지난 20년 간 크게 늘어났다. 기술 집약도가 높은 해외 제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것이다. 실제 중국은 최근 미국이 자신들을 견제하기 위해 수출 규제를 대폭 강화하자 효력이 발생하기 전에 미국의 반도체 제조 장비를 재빠르게 수입해 비축했다.
특히 최근 몇년새 중국 기업들은 미국 기업들의 첨단 기술을 막대한 돈을 들여 사들이는데 여념이 없는 상태다. 중국 기업이 미국 지식 재산권 획득을 위해 지출한 금액은 지난 10년새 3배 이상 급증했다. 이는 한국ㆍ일본을 제치고 아시아ㆍ태평양양 지역에서 가장 많다.
미국이 2020년 지식재산권 라이센스 획득 요건을 강화해 중국 견제에 나선 후에도 오히려 중국의 미국 기술 라이센스 구매는 크게 늘어났다. 2020년 중국의 미국 소프트웨어ㆍ기술 구매를 위한 중국의 라이센스 신청 건수는 3747건이었지만 지난해 5923건으로 대폭 늘었고, 금액도 같은 기간 1060억달러(약 140조원)에서 5450억달러(약 722조원)으로 5배 이상 '폭증'했다.
중국 기업들이 구매하는 라이센스 기술의 수준도 크게 높아졌다. 라이센스 건당 지불 금액이 2020년 2800만 달러(약 370억 원)에서 지난해 9200만 달러(약 1220억 원)로 늘어났고, 처리 기간도 평균 19일 증가한 것이다.
보고서는 "중국 지도부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면 기술 자립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국영 기업을 포함해 정부 주도 연구개발(R&D) 지출 확대는 의미있는 기술적 돌파구 마련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면서 "자본의 투입은 기술 발전을 위해 중요한 수단 중 하나에 불과하며, 중국의 지식재산권을 보호하는 규제의 부재, 독단적인 정부의 운영 방식은 민간 부문의 혁신을 억압하는 등 자본 외에 기술 발전 요인이 취약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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