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현주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0명 이상의 자녀를 둔 여성에게 '어머니 영웅' 훈장을 수여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인구 감소 문제를 겪었던 옛 소련이 시행했던 제도의 부활로 해석된다.
17일(현지시간) 타스통신,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지난 15일 푸틴 대통령은 이같은 내용의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열번째 아이가 한살이 됐을 때 아이의 어머니에게 금·다이아몬드로 만들어진 훈장과 함께 100만루블(약 2180만원)의 포상금이 주어진다. 다만 이 시점에 다른 자녀 9명도 모두 생존해 있어야 한다.
다산 여성에게 훈장을 주는 제도는 지난 1944년 이오시프 스탈린 옛 소련 서기장 시절에 제정돼 1991년까지 유지됐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수많은 소련인이 숨지자 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출산을 장려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푸틴 대통령이 갈수록 악화되는 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훈장을 부활시킨 것으로 풀이한다. 최근 러시아의 인구는 1억4500만명 이하로 떨어지며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더불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악화한 국내 여론을 달래고 애국주의를 고취시키기 위한 의도가 아니겠냐는 해석도 나온다.
크리스틴 로스 에이 유니버시티 컬리지 런던(UCL) 부교수는 "어머니 영웅 훈장의 부활은 출산과 양육을 조국에 대한 봉사로 여겼던 과거 스탈린주의로 회귀하는 것"이라며 "지난 2014년 크림반도 합병 이후 러시아 내에서 강해진 애국주의, 민족주의 운동의 일환"이라고 이날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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