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치솟던 국제 유가가 불과 두 달 만에 30%가까이 급락했다. 올해 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배럴당 200달러 전망까지 쏟아졌던 유가는 최근 확산한 경기 침체 우려와 맞물려 다시 두 자릿수로 주저앉은 상태다. 다만 현재 진행형인 지정학적 위기로 언제든 유가가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잇따른다.
1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9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 대비 배럴당 2.9%(2.68달러) 하락한 89.4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 5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장중 한때 배럴당 87달러 선이 무너지며 지난 2월 초 이후 최저치로 밀리기도 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10월물 브렌트유도 현재 배럴당 3.1% 떨어진 95.10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하락세는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의 경제지표 부진으로 성장 우려가 커진 데 따른 여파다. 중국의 7월 산업생산은 전년 동기보다 3.8% 증가해 시장 전망치(4.3%)를 밑돌았다. 여기에 중국 인민은행이 금리를 인하하면서 경제 우려를 한층 키웠다. 이란핵협정(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복원 기대감이 높아진 것 또한 유가에 하방압력을 강했다.
시장에서는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배럴당 200달러 전망이 제기됐던 유가가 다시 전쟁 이전 수준으로 떨어진 배경으로 이러한 침체 우려를 첫 손에 꼽고 있다. 이날 WTI 종가는 지난 6월 배럴당 122달러대에서 27%가량 떨어진 수준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만 해도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제는 90달러 미만"이라며 "약 30% 떨어지며 당초 전망을 무색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당시 브렌트유 기준으로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헤지펀드 웨스트백은 배럴당 200달러, JP모건은 배럴당 185달러를 제시했었다.
향후 전망도 엇갈린다. 결국 현재 진행형인 지정학적 리스크, 경제 상황, 허리케인을 비롯한 예상치 못한 변수 등이 향후 유가 움직임을 끌어갈 수밖에 없다.
분석기업인 ESAI에너지의 사라 에머슨 사장은 "유가가 더 낮아질 수 있다"며 "중국이 원유 수입을 줄이고, (미국의) 드라이빙 시즌이 끝나고,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도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언제든 유가를 비롯한 에너지가격이 치솟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와중에 유럽 내 에너지 불안은 수요 증가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이 시장에 풀었던 전략비축유도 오는 11월이면 마무리된다. 특히 시장에서는 허리케인으로 자칫 정유시설이 타격을 받을 경우 급격히 유가가 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올 하반기 유가가 브렌트유 기준 130달러대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최근 내다봤다.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여온 유가가 지속해서 하락 추세를 보임에 따라 ‘인플레이션 정점론’ 전망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미 휘발유 가격은 9주 연속 떨어져 전국 평균 4달러 선 밑으로 내려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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