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엔저에 부동산 싸네"…日 몰려가는 글로벌 큰손들

홍콩 투자회사 2년 5조원 투입
골드만삭스 등 빌딩 거래 입찰
초저금리·엔화 가치 하락에
부동산 투자 수익률 높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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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일본 부동산 시장에 글로벌 큰손들의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엔화 가치가 24년만에 최저를 기록한 가운데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초저금리 정책을 고수하면서 저렴한 가격으로 자산 매입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12일 니혼게이자이(니케이)신문에 따르면 홍콩의 투자회사인 가우캐피털파트너스는 향후 2년 동안 약 5000억엔(약 4조9113억원)을 부동산 시장에 투입할 방침이다.

이는 가우캐피털파트너스가 과거 2년 동안 투입했던 자금의 6배가 넘는 규모다. 이미 올 연초 도쿄와 오사카 내의 임대 아파트 32채를 한꺼번에 매입한 가우캐피탈파트너스는 앞으로 오피스 빌딩과 데이터센터 건물로 투자처를 확대할 계획이다.


싱가포르 국부 펀드인 싱가포르투자청(GIC)도 일본 철도의 지주회사인 세이부 홀딩스로부터 1471억엔에 호텔 등 31개의 시설을 매입했다.


고령자 전용 주택에도 투자자금이 몰리고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미국 교직원 퇴직연금기금(TIAA) 산하 부동산 투자운용사인 누빈 자산운용사가 장차 고령화로 노인 전용 주택의 입주 수요가 늘어날 것을 기대하고 고령자 전용 주택에 130억엔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올 초에는 도쿄 오테마치에 위치한 정부 소유 빌딩 거래 입찰에 골드만삭스와 미국의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 블랙스톤이 참여하기도 했다. 일본의 부동산 업체 퓨릭의 니시우라 사부로 사장은 "최근 입찰 건의 90%는 외국 기업들이 낸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들어 외국 기업들이 일본 부동산 매입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초저금리와 엔화 가치 하락으로 부동산 투자 수익률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BOJ는 미국 등 주요국의 기준금리 인상 행보에도 ‘나홀로 저금리’ 기조를 고수하고 있다. 이에 미국과 일본의 기준금리 차가 확대되고 원자재 수입 증가로 경상수지 적자까지 커지면서 엔화 가치는 달러 당 133엔대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지난달에는 달러당 138엔까지 하락하며 24년만에 최저를 기록하기도 했다. 달러를 보유한 해외 투자자들은 이전보다 싼 값에 부동산을 매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유럽계 부동산 투자 회사 파트리치아 일본법인의 나카모토 카츠미 사장은 니케이에 "저금리로 부동산 구입시 차입 비용이 낮아져 이전보다 높은 투자 이익을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저금리와 엔화 약세로 인한 일본 부동산 가격 하락세는 지표에서도 드러난다. 니케이에 따르면 모건스탠리 MUFG 증권이 국토교통성의 상업용 부동산의 가격지수(2010년 평균=100)를 바탕으로 산출한 달러화 부동산 가격지수는 지난 3월 말 기준 104.4로, 리먼 사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6월 말 기준 추정치는 93으로 조사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던 2014년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외국 기업의 매물 싹쓸이 행보가 자칫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며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니시우라 사장은 "도심 내 오피스 빌딩의 임대료는 하락하고 있지만 외국 기업의 입찰 열풍에 매매가는 떨어지지 않고 있다"며 "엔화 약세를 기반으로 한 투자라 하지만 약간의 거품 우려는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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