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나가는 돈 부담스러워"…고물가시대 구독 끊는 고객들

넷플릭스·멜론 등 구독 서비스 비용 부담↑
OTT이용자, 평균 2.7개 구독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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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 1년 차 직장인 윤지영씨(26·가명)는 최근 카드 결제 내역을 정리하다가 깜짝 놀랐다. 매월 정기 결제되는 구독 서비스료가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윤씨는 넷플릭스·왓챠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비롯해 광고 없이 영상을 볼 수 있는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를 이용 중이다. 여기에 쇼핑 혜택을 위해 쿠팡 '로켓와우' 멤버십도 가입해놨다. 그는 "영화 보는 게 취미라 OTT 서비스를 여러 개 가입해놨는데, 막상 바빠서 한 달에 1~2편도 못 볼 때가 많다"며 "매달 나가는 돈이 부담스러워 구독 서비스를 일부 해지할까 고민 중"이라고 털어놨다.


고물가 시대에 생활비를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해 구독 서비스를 해지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 최근 OTT·스트리밍 서비스 플랫폼 등이 월 구독료를 인상한 데다 복수의 OTT를 교차구독한 경우 경제적 부담이 적지 않아서다. 일각에서는 구독료를 줄이기 위해 하나의 계정을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이용하거나 구독 공유 플랫폼 등을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몇 달간 국내 음원 플랫폼들은 구글의 인앱결제(앱마켓 자체 결제 시스템 이용) 여파로 구독료를 줄줄이 인상했다. 국내 최대 음원 사이트인 멜론은 지난 6월 말부터 월 6900원·7900원·1만900원 요금제를 각각 월 7600원·8700원·1만2000원으로 10% 가량 올렸다. 앞서 플로와 바이브 또한 월 이용료를 각각 15%, 16%씩 인상했다.


그런가 하면 쿠팡은 지난 6월부터 와우 멤버십 요금을 기존 월 2900원에서 4990원으로 변경했다. 기존 가격에서 약 72% 인상된 셈이다. 또 OTT 서비스 넷플릭스 또한 지난해 11월 스탠다드 요금제를 월 1만2000원에서 1만3500원으로, 프리미엄은 1만4500원에서 1만7000원으로 인상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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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 서비스는 일정 비용을 지불하면 원하는 콘텐츠를 마음껏 시간에 구애 없이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당초 '알뜰한 소비'로 주목받았다. 영화관에서 영화 한 편을 보는 것보다 매달 1만원 안팎의 비용을 지불하고 여러 편의 콘텐츠를 보는 게 더욱 합리적인 소비라는 의견이다.

다만 구독료가 몇 달 새 빠르게 인상된 데다 외식비 등 전반적인 물가까지 함께 상승하면서 경제적 부담을 느끼는 이들이 늘고 있다. 특히 대다수 이용자가 OTT 서비스를 2개 이상 사용하는 점을 감안하면 부담은 더욱 크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 1월 발간한 '디지털 전환시대 콘텐츠 이용 트렌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OTT 이용자들은 평균 2.7개의 OTT를 구독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용자들은 OTT 이용 중 불편한 점으로는 '경제적 부담'을 42.5%로 가장 많이 꼽았다.


매달 지출하는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OTT 계정 공유 플랫폼도 등장했다. 이는 홀로 OTT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들이 계정을 제3자와 공유해 구독료를 나눠 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국내 주요 OTT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적게는 4000원대, 많게는 1만원대 후반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 그러나 다른 사람과 계정을 공유하면 비용이 'n분의 1'로 줄어들어 경제적 부담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 대표적인 구독 공유 플랫폼 '피클플러스'는 이용자 수가 20만명 이상을 넘어선 상태다.


다만 이 같은 공유 플랫폼이 OTT 서비스의 이용약관을 위배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넷플릭스 이용약관에는 "(서비스를) 가구 구성원이 아닌 개인과 공유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있다.


한편 전문가는 치솟는 물가 등으로 인해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고자 하는 이들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한때 '욜로', '플렉스' 등 현재를 중시하는 소비 사례가 많았다"며 "그러나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인해 미래 상황을 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진 소비자가 늘었다"고 말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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