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백악관을 찾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220억달러(29조원) 규모 대미 투자 발표에 "역사적 발표"라며 "미국과 동맹이 더 협력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라고 크게 환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최 회장을 영어이름인 '토니'로 부르며 친근감을 드러내는가 하면, 미국이 해줄 일이 무엇이 있냐고 먼저 묻기도 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을 방문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화상으로 면담했다. 최 회장과 SK 경영진, 미국측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 브라이언 디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이 백악관 회의실에 자리하고, 바이든 대통령은 관저 집무실에서 화상 연결을 통해 대화하는 방식이었다. 당초 대면 회담이 계획됐으나 바이든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으로 화상 방식으로 변경됐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220억달러 규모의 신규 투자 계획을 소개했다. 세부적으로 150억달러는 연구개발, 메모리 반도체 첨단 패키징 제조시설 등 반도체 산업에 투자한다. 또한 50억달러는 그린에너지 분야에, 나머지는 바이오 과학과 바이오 의약품 등에 투입하기로 했다. 주요 투자 분야로는 포드자동차와의 텍사스 공장 투자 등이 언급됐다. 배터리 분야에서의 기존 투자 70억달러를 포함하면 투자액만 총 300억달러에 가깝다는 것이 최 회장의 설명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건 대단하고 중요한 일", "역사적인 발표"라고 크게 환영했다. 그는 미국과 한국이 21세기 기술 경쟁에서 승리하고 있다는 분명한 증거를 보여주는 선구자적인 발표라는 극찬도 내놨다. 또한 "미국이 기술과 혁신을 통합해 동맹과 협력하는 길로 되돌아왔음을 보여주는 증거"라면서 지난 5월 방한 당시 삼성 반도체공장 방문, 현대차의 110억달러 신규 투자 발표 사실 등을 언급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 회장과 대면 회담을 갖지 못한 데 대한 미안함을 거듭 표시하면서, 추진력을 유지하기 위해 미국이 해줄 일이 뭐가 있겠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이에 최 회장이 미국 내 인력 양성과 미국 기관과 파트너십 필요성을 언급하자 "내가 약속하는 것 중 하나는 최고의 노동자를 얻을 수 있도록 교육에 계속 투자하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회담 중 최 회장을 '토니'로 부르며 친근감을 드러낸 그는 다음 최 회장의 백악관 방문 시 강제로라도 자신의 집무실에서 점심 식사를 같이하도록 하겠다고 고마움의 뜻도 재차 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5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에 이어 이날 최 회장을 면담하면서 한국 재계 서열 1~3위인 기업 총수를 사실상 단독 일정으로 잇따라 만났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치솟는 인플레이션 등으로 지지율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한국 기업들의 '통 큰 대미 투자'가 일자리 창출, 투자 유치 등 자신의 경제 성과를 부각할 수 있는 자리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이들 한국 기업은 바이든 행정부의 핵심 경제 어젠다인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등 미래 첨단 산업과 맞물려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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