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떠돌던 임금 도장 보관함 귀래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영국 법인으로부터 사들여
"주인 밝히려면 추가적인 조사와 연구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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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보(御寶)는 임금의 도장이다. 내함인 보통(寶筒)과 외함인 보록(寶?)에 담겨 종묘 또는 외규장각에 보관됐다. 두 상자는 통상 어보와 함께 제작됐으나 이전에 만든 것을 고쳐 쓰기도 했다. 그래서 정확한 제작 시기를 파악하기 어렵다. 출처나 다름없는 어보가 없다면 더욱 그렇다.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지난 7월 영국 법인으로부터 매입한 주인을 알 수 없는 보록을 27일 공개했다. 귀래는 전문가들의 평가·실견과 소장자 설득을 거쳐 진행됐다. 재단 관계자는 "정보를 입수했을 당시 영국 법인이 판매를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었다"며 "문화재청과 긴밀히 협의하고 소장자에게 한국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당위성을 여러 차례 전달해 국내로 들여올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국립고궁박물관 특별전시실에서 하는 전시 '나라 밖 문화재의 여정'을 통해 다음 달 국민에게 공개한다"고 예고했다.

보록은 천판 중심에 거북 모양의 손잡이가 달려 있다. 내면에 홍색 방주를 바르고 표면을 가죽으로 쌌다. 그 위에는 누런색이 조금 섞인 붉은색을 칠했다. 크기는 가로 23㎝, 세로 23㎝, 높이 27.5㎝다. 후면 경첩 아래쪽이 길고 동사(銅絲)를 사용해 19세기에 제작됐다고 추정된다. 내부에 사용한 무문(無文) 명주도 당시 특색이다. 재단 관계자는 "주인을 명확히 밝히려면 추가적인 조사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록은 인장함 같이 대량 제작된 물건이 아니다. 왕·왕비를 위해 왕실 의례에 따라 제작됐다. 조선 왕실의 정통성과 역사성을 상징한다는 점에서 높은 가치를 지닌다. 보록은 조선시대에 300여 년 동안 단일 품목으로 꾸준히 제작됐다. 금속, 섬유, 가죽 등 다양한 소재로 만들어져 궁중 공예품의 양식과 재질의 변화·발전 과정을 살피는 편년 자료로도 평가된다.


현재 국립고궁박물관은 종묘로부터 이관한 보록과 인록(印?) 312건을 관리하고 있다. 하나같이 1600년대 이후에 제작됐다. 인록은 왕세자, 왕세자빈 등의 도장인 인을 담은 상자를 말한다.

이번 환수는 라이엇 게임즈의 후원이 있어 가능했다. 매입 성공 여부를 예측할 수 없는 어려움 속에서도 2012년부터 꾸준히 지원한다. 앞서 들여온 문화재로는 2013년 '석가삼존도'와 2018년 '효명세자빈 책봉 죽책', 2019년 '척암선생문집 책판'·'백자이동궁명사각호'·'중화궁인' 등이 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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