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GDP 앞두고 바이든도 "침체 아냐"…더 커지는 경기침체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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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경기침체냐, 아니냐’.


미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 발표를 앞두고 이른바 ‘기술적 침체’ 논란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통상 기술적 침체의 요건인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 현실화하더라도 강력한 노동시장 등을 고려할 때 침체로 규정하기 어렵다는 미 행정부의 주장이 잇따르면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25일(현지시간) "경기침체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진단을 내놨다.

◇바이든도 "침체 아니다"…여론전 나선 美행정부

미 경제분석국은 오는 28일 2분기 국내총생산(GDP) 속보치를 발표한다. 현재 월가의 예상치는 0.4% 수준이다. 하지만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이 실시간으로 집계하는 GDP나우는 지난 19일 미국의 2분기 GDP 증가율이 연율 -1.6%를 기록할 것으로 추산했다.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마이너스 가능성이 전망되면서 시장에서는 이미 침체에 진입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잇따른다.


특히 이러한 논쟁은 ‘2개 분기 연속 역성장’을 100% 침체로 정의할 수 있느냐를 둘러싼 오랜 논란이 재점화하면서 한층 달아오르고 있다. 재러드 번스틴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은 이날 CNBC에 출연해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가 경기침체의 기술적 정의라는 생각은 잘못된 것(wrong)"이라고 밝혔다. 그는 "상반기 데이터는 경기침체와 일치하지 않는다"면서 "소비자들의 상황이 좋고 지출을 하고 있고 더 많은 수입을 벌어 들이고 있다. 일자리도 많다"고 진단했다.


이는 전날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이 "(경기 침체를 공식 정의하는) 전미경제연구소(NBER)가 이 시기를 침체로 규정한다면 놀랄 것"이라고 주장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브라이언 디즈 국가경제위원회 국장 역시 CNN에 출연해 “기술적 정의에서 볼 때 경기침체가 아니다”면서 “훨씬 더 광범위한 데이터들을 고려한다”고 언급했다.

백악관은 지난 21일부터 ‘경제학자들은 경기침체를 어떻게 판단합니까’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통해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 공식적 정의나 평가 방식이 아니라며 여론전에 돌입한 상태다. 특히 이날은 코로나19에 확진된 바이든 대통령까지 화상문답을 통해 "내 생각에 우리는 경기침체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주말까지 경기침체라는 단어의 정의를 두고 중요한 정치적 논쟁이 있을 것"이라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침체 이슈에 선제적으로 반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침체 어떻게 규정하나

반론도 거세다.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당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한 케빈 해싯은 "침체가 아니라는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날 CNBC 스쿼크박스에 출연해 "만약 내가 백악관에 있었다면 경기침체가 아니라고 부인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시장이 강력하다는 행정부의 주장에 대해서는 "역사적으로 노동시장은 천천히 움직였다"고 꼬집었다.


‘닥터 둠’으로 불리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역시 "퍼펙트 스톰이 미국을 역사상 최악의 경기침체로 몰아넣을 것"이라고 재차 경고했다. 그는 "우리가 심각한 경기침체, 심각한 부채·금융 위기를 겪게 되는 데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면서 일각에서 제기되는 ‘짧고 경미한 경기침체’ 가능성에 대해 "완전히 망상"이라고 진단했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재무부 장관을 지낸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 역시 전날 "경기침체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미국의 경우 8명의 경제학자로 구성된 NBER가 공식적으로 경기침체를 판정하고 있다. GDP뿐 아니라 노동지표, 소비지출, 산업생산 등 8가지 주요 경제지표를 종합해 평가한다. 1992~2019년 NBER 경기사이클 결정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제프리 프랑켈 미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는 앞서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단순히 2개 분기 GDP 역성장 여부로만 (경기침체를) 판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2001년 당시 성장률이 플러스와 마이너스를 1분기씩 오갔음에도 침체 판정을 내린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경기침체기가 아님에도 2개 분기 연속 역성장한 사례 또한 드물다. 타라 싱클레어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기록상 유일한 시기는 1947년"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바이든 행정부가 경기침체가 닥치더라도 이를 인정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정치적 해석도 쏟아진다. 40여년 만에 최고 수준인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통화정책 정상화가 시급한 상황이라는 점 또한 딜레마로 작용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바이든 행정부는 미 경제가 2개 분기 연속 위축될 수 있는 데이터들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면서 "연방준비제도(Fed)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이번 주 또 한 번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인상)을 밟으며 성장에 새로운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전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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