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 유제훈 기자, 송승섭 기자] "자영업 사표 냅니다" 대구에서 아구찜 장사를 하는 김영우(32,가명)씨는 이번달까지 남은 포장용기만 소진하고 가게 문을 닫기로 했다. 20대 때 아르바이트 해서 모은 돈과 은행 대출을 받아 시작한 장사였다. 처음에는 30평짜리 가게에 홀까지 번듯하게 차렸지만, 코로나19가 터지며 잘 안되자 6평짜리로 이전해 배달만 전문으로 했다. 이전한지 5개월만에 그나마 남았던 보증금도 가게유지에 다 들어가고 빚만 6000만원 남았다.
김씨는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해서 4년 동안 장사를 했지만, 매출은 줄고 경기도 안 좋고 시간이 갈수록 지옥 불구덩이 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이라며 "마지막으로 자동차까지 팔고나니 1300만원이 생겼는데 이 돈으로 밀렸던 재료비, 공과금, 월세까지 다 내니까 이제 내 수중에 딱 200만원이 남았다"고 토로했다.
국내 자영업자 657만명 시대. 우리나라 인구 8명 중 1명이 자영업을 하고 있다. 진입장벽이 낮은만큼 폐업도 빈번한 것이 이 동네 법칙이다. 작으면 수천만원, 많으면 수억원에 이르는 빚은 피할수 없는 짐이기도 하다. 폐업하는 자영업자들은 어떤 처지길래 문을 닫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걸까. 그들은 다시 일어설수 있을까.
25일 신용보증재단중앙회의 '2022년 상반기 보증지원기업의 폐업실태조사'(총 821개 폐업 사업체 전화조사, 4월21일~5월18일 실시)에 따르면 폐업 자영업자들의 폐업 당시 부채금액은 평균 8497만원으로 조사됐다. 5000만~7000만원 미만(22.7%)가 가장 많았고, 1억~2억원 미만(20.7%)가 뒤를 이었다. 2억원 이상도 9.4%나 됐다.
폐업을 하게 된 이유로는 '매출 및 이익부진'(73.8%)을 가장 많이 꼽았다. 예상한 대로 응답자의 93.3%가 '코로나19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폐업을 한 사업체의 전체 영업기간은 '10년 이상'(28.3%)이 가장 많았다. 코로나19 방역조치로 영업 시간을 규제 받은 탓에 업력이 상대적으로 긴 자영업자마저 장사가 안돼 이를 견디지 못하고 쓰러졌다는 점을 시사한다. 폐업 사업 형태를 보면 독립점(74.1%)이 가맹점(25.9%)보다 비중이 높은 것도 특징이다. 본사 지원이나 노하우 없이 자영업에 뛰어든 경우 경영상 어려움이 더 컸다는 의미다.
서울 명동 한 폐업 상점 문이 굳게 잠겨 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자물쇠가 녹슬어 있다. 하루빨리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돼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길 바란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원본보기 아이콘장사를 접겠다고 마음 먹었다 해도 돈이 없으면 폐업도 못한다. 각종 세금이나 임대료, 재료비는 물론 평당 수십만원씩 하는 철거비용까지 들어가는 통에 폐업자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 때문에 폐업 자영업자들의 폐업비용만 평균 1989만원씩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이 폐업 과정에서 가장 도움이 필요한 사안으로 '원상복구 비용 등 폐업비용 지원'(60.8%)을 꼽는 이유다.
챙겨야 할 돈 마저 제대로 받지 못하고 짐을 싸야하는 게 폐업자의 현실이다. 폐업시 애로사항 1순위는 '권리금 회수'(31.4%)였다. 부산 해운대의 삼겹살집을 매물로 내놓은 박경진(48,가명)씨는 처음 창업할 때 본인이 냈던 권리금 2500만원을 다 받으려 했지만, 3개월이 지나도록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자 권리금을 1300만원까지 대폭 내렸다. 박씨는 "급하게 정리할 생각에 '미친 권리금'에 가게를 넘긴다"며 "집기만 중고로 팔아도 600만원은 나올텐데 워낙 물가도 오르고 경기가 어렵다보니 가게를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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