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윤주 기자] 원유 가격이 하락에 베팅한 투자자들이 한 달 만에 웃었다. 경기 침체 우려가 불거지며 원유 가격이 배럴당 120달러대에서 90달러대로 하락하자 원유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가 최근 한 달 사이 플러스(+) 수익률로 전환됐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 KODEX WTI원유선물인버스(H) ’의 최근 1개월간 수익률은 +2.35%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 TIGER 원유선물인버스(H) ’도 +2.53%을 찍었다. 두 ETF의 최근 3개월간 수익률은 각각 -5.74%, -6.04% 였다.
인버스는 지수나 가격이 하락하면 수익이 나는 상품이다. 원유 인버스 ETF가 ‘+’ 수익률로 돌아선 이유는 최근 한 달 사이 국제유가가 소폭 하락했기 때문이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2월 25일) 이후 꾸준히 올라 지난 3월8일 배럴당 123.70달러로 연고점을 기록했다. 6월에도 120달러대(6월 8일·122.11달러)를 보였으나 하락하기 시작해 지난 7월 22일 94.70달러까지 내려왔다.
국제유가 하락 배경으로는 경기 침체 우려가 꼽힌다.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지면서 원유 수요도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자 원유 가격이 주춤한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원유 가격 상승에 베팅하는 ‘KODEX WTI원유선물(H)’, ‘TIGER 원유선물 Enhanced(H)’은 각각 -4.51%, -4.50%를 기록했다.
다만 원유시장 약세장 진입에 대해서는 시각차가 존재한다. 글로벌 투자은행(IB)과 에너지 기구의 수급 전망치가 엇갈리고, 증산 가능성도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지난주 발표된 전세계 에너지기구 에너지정보청(EIA), 석유수출국기구(OPEC), 국제에너지기구(IEA) 모두 7월 에너지 전망보고서에서 2023년까지 원유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OPEC는 2022년, 2023년 각각 원유 수요가 일평균 337만배럴, 270만배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고, IEA는 각각 일평균 170만배럴, 210만배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OPEC는 IEA에 비해 글로벌 경제를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무엇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증산 확답을 받지 못했다. 사우디의 원유생산량은 하루 1055만배럴. 현재 1200만배럴까지 확대한 상황으로, 추가 증산 여력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재로서는 OPEC+의 증산 가능성은 제한적인 반면, EIA와 OPEC은 2022년 미국 원유생산량이 각각 72만배럴, 129만배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며 "최근 미국 셰일업체들도 공급망 차질 및 노동력 부족 문제로 생산 차질 우려가 높아지고 있어 현재의 원유 수급 상황을 종합하면 국제원유 시장의 약세장 진입을 논의하기는 이르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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