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뇌건강①]급증하는 뇌질환, 1순위 원인은 '고령화'

작년 뇌졸중 환자 83% 60대 이상
사망률 높고 마비 등 후유증 심각
뇌종양 환자도 5년새 37% 증가

고혈압·흡연·비만…원인은 다양
고령화 자체도 주요 원인으로 꼽아

심한 두통·어지럼증·언어장애 등
의심증세 보일 때 바로 병원가야
3시간 내 조치하면 뇌손상 줄어

뇌졸중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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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예로부터 죽음은 곧 ‘심장’의 정지를 의미했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 죽음의 의미는 점차 ‘뇌사(腦死)’로 변하고 있다. 숨이 붙어 있더라도 뇌의 기능이 모두 소실되면 더 이상 자아를 가지고 살아갈 수 없다.


이미 서구권에서는 1960년대부터 뇌사를 사망으로 보기 시작했고, 한국에선 1993년 대한의사협회가 ‘뇌사에 관한 선언’을 발표하며 ‘사망은 심폐기능 정지인 심폐사 또는 전뇌기능 소실인 뇌사로써 판단한다’고 규정했다. 법적 뇌사가 인정된 것은 2000년 ‘장기이식법’ 시행 이후이지만, 이보다 앞서 의학적으로 뇌사를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협의 발표는 죽음의 정의를 바꾼 대전환점으로 볼 수 있다.

그로부터 30년 가까이 지나 본격적인 ‘100세 시대’를 맞은 지금, 뇌 건강은 더욱 중요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각종 뇌 질환이 끊임없이 우리의 뇌를 공격하고 있다. 만병의 원인인 스트레스를 비롯해 고령화 자체도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국내 사망 원인 4위 ‘뇌혈관질환’

흔히 ‘소우주’라고 표현될 정도로 복잡한 뇌는 그 질환도 각양각색이다. 현재까지 학계에 보고된 뇌 관련 질환만 350개가 넘는다. 이 가운데 직접적으로 생명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병은 뇌혈관질환이다. 뇌혈관질환은 대체적으로 뇌졸중을 의미하는데, 뇌졸중은 뇌경색과 뇌출혈이라는 세부 질환으로 다시 나뉜다. 뇌경색은 뇌혈관이 막혀 뇌세포와 조직이 죽는 병이고, 뇌출혈은 뇌혈관의 약한 부분이 터져 출혈이 일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2020년 뇌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자는 2만1860명으로 암, 심장질환, 폐렴에 이어 국내 사망 원인 4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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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졸중 환자는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7년 57만7689명에서 지난해 62만342명으로 7.4% 증가했다. 세부적으로는 평균적으로 뇌경색 환자가 50만명, 뇌출혈 환자가 10만명으로 뇌경색 환자가 5배가량 많다. 뇌졸중이 무서운 이유는 생명에 치명적이기도 하지만 회복 이후 후유증이 심각하다는 데 있다. 무사히 치료를 받았더라도 사지마비, 언어장애, 시야장애 등이 남을 수 있다.

뇌종양·정신질환·퇴행성…평생 위협

사망 원인 측면에서는 뇌혈관질환이 가장 많지만, 이에 못지 않거나 더욱 위험한 질환이 바로 악성 뇌종양(뇌암)이다. 뇌종양은 뇌 조직이나 뇌막에 발생 또는 전이된 종양을 말한다. 통상 양성과 악성으로 구분하는데, 양성의 경우 그나마 악성보다는 예후가 낫다. 악성, 특히 최악의 암 중 하나라 불리는 교모세포종의 경우 사실상 치료가 불가능한 수준이다. 양성 뇌종양이라 해도 성상세포종, 두개인두종, 뇌간이나 척수에 생긴 종양 등도 완치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뇌종양 환자도 급격히 느는 추세다. 양성 뇌종양 환자 수는 2017년 3만7815명에서 지난해 5만1842명으로 5년 새 37.1%나 늘었다. 악성 뇌종양도 같은 기간 1만1186명에서 1만1945명으로 6.8% 증가했다. 뇌종양은 발생 원인이 아직 완벽하게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여전히 정복되지 않은 질병 중 하나다. 다만 연구가 거듭되며 재발 매커니즘, 항암제 내성 등에 대한 실마리가 조금씩 풀리고 있어 최근 의료계는 악성 뇌종양의 생존율을 대략 10% 정도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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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의학계는 뇌질환과 정신질환을 분리해 다루고 있지만, 정신질환도 일종의 뇌와 관련된 질환으로 볼 수 있다. 미국정신의학회(APA)의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DSM)은 정신이상, 감정장애, 불안장애 등 17개 범주로 정신질환을 분류하고 있다. 정신질환은 종류에 따라 증세나 심각도가 천차만별이어서 하나의 질병으로 단정해 설명할 수 없지만, 굉장히 흔하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실시한 ‘정신건강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정신장애 평생 유병률은 남녀 통틀어 27.8%로, 성인 4명 중 1명은 평생 정신질환을 한 번 이상 경험했다는 의미다. 그러나 정신장애를 진단받은 사람 중 정신건강 서비스를 이용한 적이 있는 비율은 12.1%에 그쳤다. 정신질환에 대한 외부의 시선이나 인식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방증이다.


최근 가장 주목받는 뇌질환은 퇴행성 뇌질환이다. 뇌세포가 점점 사멸하는 질병을 뜻하며, 알츠하이머·파킨슨·루게릭·헌팅턴 등이 잘 알려져 있다. 통상 치매와 같은 의미로 사용되는데, 치매가 하나의 증상을 의미한다면 알츠하이머 등은 세부 원인 질환을 의미한다. 보통 ‘알츠하이머성 치매’나 ‘파킨슨병 치매’ 등으로 사용된다.


고령화·기저질환 등 원인 다양

각종 뇌질환이 증가하는 이유로는 무엇보다 고령화가 1순위로 꼽힌다. 지난해 뇌졸중 환자 가운데 60대 이상이 51만7076명(83.4%)에 달했다. 뇌졸중은 고혈압, 당뇨, 심장질환, 고지혈증이 있거나 흡연, 스트레스, 비만 등이 있는 경우 발생 확률이 더 높아진다. 특히 고혈압의 경우 급격한 혈압 상승으로 혈관이 버티지 못해 터질 수 있어 중요 기저질환으로 꼽힌다. 만성 고혈압의 경우 지속적으로 뇌혈관에 영향을 주는데, 통상 뇌출혈 환자의 70~90%가 고혈압 환자인 것으로 추정된다.


다행히 상당수의 뇌질환은 주기적인 건강검진과 생활습관 교정을 통해 예방이나 조기 진단·치료가 가능하다. 우선 뇌혈관질환은 평소 기저질환 관리가 중요하다. 혈압은 120~130㎜Hg 사이를, 공복혈당 100㎎/㎗ 미만으로, 체지방도 정상 수치로 유지해야 한다. 뇌혈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흡연, 음주, 고칼로리 음식은 피하고 하루 30분 이상 운동이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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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주요 증상을 알아두고 의심 증세가 나타나면 병원을 찾아 진단과 치료를 받는 등 신속한 대처가 필요하다. 뇌졸중과 뇌종양 모두 주요 증세는 비슷하게 나타난다. 경험하지 못했던 극심한 두통, 한쪽 마비, 어지럼증, 갑작스런 언어장애, 사물이 겹쳐 보이는 복시, 손발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운동 장애 등이 대표적이다. 만약 허혈성 뇌졸중(뇌경색)이라면 진단까지 걸리는 시간이 매우 중요하다. 초기 3시간 내 진단돼 조치가 이뤄진다면 뇌 손상의 진행을 늦출 수 있는 만큼 신속한 대처가 필요하다.


신상엽 KMI한국의학연구소 상임연구위원은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최대한 빨리 119에 연락하고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아야 후유증과 합병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면서 "뇌졸중의 예방을 위해서는 원인이 되는 기저질환을 잘 관리하고 금연과 금주, 규칙적인 운동 등을 통한 체중관리 등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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