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내리자 다주택자 버티기 들어갔나…전국 매물 일제히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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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다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중과세율 폐지를 골자로 한 세법개정안 발표 하루 만에 전국 아파트 매물 6000여건이 사라졌다. 세금 부담을 덜게 된 다주택자들이 일제히 매물을 거둬들인 여파로 풀이된다.


22일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파트실거래가(아실)에 따르면 전날부터 이날 오전 9시까지 17개 광역자치단체의 아파트 매매 매물은 6039건 감소했다. 이틀 전 43만4335건에서 정부의 세법개정안 발표된 전날 일제히 감소했고, 이날 오전 9시 기준 42만8296건까지 줄었다. 특히 전체 매물의 절반을 차지하는 수도권의 감소세가 눈에 띈다. 수도권 아파트 매물은 지난 20일 21만7745건에서 하루 만에 3000건 가까이 줄었고, 이날 200여건이 더 줄어 21만4696건으로 집계됐다.

서울의 경우 6만4668건에서 6만3889건으로 779건이 증발했다. 서울의 아파트 매물은 6만3000~6만5000건에서 등락을 거듭해왔으나, 최근에는 3일 연속 증가 추세였다. 서울에서 매물이 가장 많이 줄어든 지역은 성동구다. 성동구는 2532건에서 2412건으로 120건(2.4%)이 줄었다. 성동구 지역 아파트 매물이 2400건대로 떨어진 것은 지난 6월 초 이후 처음이다. 강서구(83건), 서초구(71건), 노원구(61건)도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정부는 전날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며 부동산 세제 부문에서는 종부세율을 전면 손질했다. 특히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 제도를 폐지하면서 다주택자의 세 부담을 확 낮춘 것이 특징이다. 다주택자의 종부세율은 현재 최고 6%에서 내년 2.7%로 줄어든다. 주택 수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는 세 부담 상한도 150%로 통일해, 다주택자의 경우 300%에서 절반으로 낮아졌다. 기존 공제 금액은 공시가격 기준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된다. 달리 말해, 주택가격 합산액이 시가 기준 약 13억원 이하면 종부세를 내지 않게 된 것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주택을 여러채 보유한 이들 중 종부세 부담을 이유로 급하게 증여하거나 매각을 결정해야 했던 사람들은 정부 발표로 시간을 벌게 됐다"며 "수도권 교통망 확충지, 신축 주택 부족지, 자족 등 업무지구 인접 주택은 매각 보다 보유로 돌아설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도 "지금 시장에 나와있는 매물 상당수는 다주택자 물량"이라며 "이번 세 절감으로 버티겠다는 다주택자들이 늘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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