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먹기도 무섭다…반년 새 가격 2번 올린 식음료·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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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문혜원 기자, 송승윤 기자]직장인 A씨는 동료와 함께 평일 점심식사를 위해 오랜만에 빕스에 방문했다가 이전보다 부쩍 오른 가격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엔 자제하다가 거의 2년 만에 찾은 건데 1만원대 후반에서 2만원대 초반에 불과했던 샐러드바의 평일 런치 가격이 2만원대 후반으로 훌쩍 뛰어서다. A씨는 방문한 김에 다음 달 가족 행사를 위해 룸을 예약할 계획이었지만 이용 인원 수가 많아질수록 더 부담스러워지는 가격 탓에 예약을 미루고 발길을 돌렸다.


원재료와 인건비, 물류비 등 전반적인 제반 비용의 상승을 이유로 반년 사이 가격을 두 번 이상 올리는 유통업체들이 잇따르면서 소비자들의 물가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부 프랜차이즈 업체에 대한 불매운동까지 벌어지는 등 저항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물가 상승 시기에는 기업이 눈앞의 이익 추구에만 몰두할 게 아니라 소비자와 상생 협력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CJ푸드빌의 빕스는 이날부터 샐러드바 이용 금액을 성인 기준 평균 6% 인상한다. 이를테면 ‘빕스 오리지널’ 매장의 성인 기준 런치 이용 금액은 2만8900원에서 3만1900원으로 3000원 인상되며 디너와 주말 가격은 3만5700원에서 3만7900원으로 2000원 오른다. 빕스는 지난 4월에도 샐러드바 이용 금액을 평균 9.2% 올렸다. 올 초까지만 해도 2만4900원이었던 성인 런치 이용 금액이 4월 2만8900원으로 오른 뒤 3개월만에 다시 3만1900원으로 총 7000원이나 비싸진 것이다. 총 인상률은 28.1%에 이른다. 국내외 원부재료 가격과 물류비, 가공기 등 제반 비용 급증에 따른 불가피한 결정이란 게 CJ푸드빌 측의 설명인데, 식자재 인상폭이 큰 외식업계는 이처럼 가격 인상 횟수가 부쩍 늘었다.


호텔 뷔페 가격도 오르고 있다. 워커힐 호텔앤리조트 ‘더뷔페’ 역시 두 차례 뷔페 가격 인상에 나섰다. 연초에 평일 저녁과 주말 점심·저녁 가격을 12만2000원에서 13만1000원으로 한 차례 인상했고, 3개월여 만인 지난달 1일 14만3000원으로 올렸다. 올해 인상률은 17.2% 수준이다. 웨스틴조선서울의 ‘아리아’도 지난 1월 이어 7월에도 가격을 올렸다. 주말 및 공휴일 저녁 가격은 1월 13만5000원에서 14만5000원으로 7.4%, 7월에는 15만원으로 3.4%가 뛰었다. 롯데리아는 지난해 12월 주요 메뉴 가격을 4.1% 인상한 뒤 반 년만인 지난달 16일 버거 등 81종을 평균 5.5% 올렸다. 대표 메뉴인 불고기버거는 지난해 12월 3900원에서 4100원으로 5.1% 인상된 뒤 지난달 16일 4500원으로 더 뛰었다. 반년 사이 총 인상율은 15.3%에 달한다. 써브웨이도 올해 들어서만 2번 인상했다. 1월 5400원에서 5700원으로 5.56% 오른 이탈리안 비엠티 샌드위치(15cm)의 경우 이달 12일부터 6100원으로 추가 인상된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총 인상율은 12.9%다.


KFC도 이달 12일부터 일부 메뉴를 200~400원 인상했는데, 이는 1월 이후 반 년만이다. 1월 대표 메뉴인 징거버거는 4700원에서 4900원으로 4.26% 올랐다가 이달 12일부터 5300원으로 400원 더 올라 1년 사이 총 12.7% 인상됐다. 커피빈코리아도 2월 커피 음료 등 제품 49종 가격을 100원씩 올린데 이어 5월 100~300원 추가 인상했다. 아메리카노 스몰 사이즈 1잔의 가격은 2월 4800원에서 4900원으로 올랐다가 5월 5000원으로 더 올랐다.

수입 주류 가운데선 코냑 제품이 올해만 두 차례 가격이 올랐다. 주류 수입업체인 아영에프비씨는 이달 1일부터 루이13세와 레미마틴 V.S.O.P, 레미마틴 X.O, 레미마틴 1738 등을 최대 29%까지 인상했다. 레미마틴 1738을 제외한 나머지 품목은 1월 이미 한차례씩 인상된 바 있다. 반년도 채 되지 않아 재차 가격이 오른 셈이다.


제과와 빵류, 음료, 주류 등 대부분의 먹거리 가격이 올해 초부터 줄줄이 인상됐지만 원재료비와 물류비 등이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인상 요인은 산적한 상태다. 통상적으로 업계 1위부터 가격 인상이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 만큼 식음료업계는 재인상을 놓고 눈치 보기에 들어갔다. 재인상 분위기가 조성될 경우 올해 초 이미 가격 인상을 단행했던 곳들도 하반기에 줄줄이 제품 가격을 올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 소비자단체와 유통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원가상승 부담을 상당 부분 부풀려 소비자들에게만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관계자는 "원재료 가격이 올라갈 때는 가격 인상을 통해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하고 하락 시에는 곧장 기업의 이익으로 흡수하는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며 "정부가 민생 물가안정 대책을 발표하며 의지를 보이는 만큼 기업들도 가격 인상보다 소비자와 상생을 도모하며 물가 안정에 힘쓰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국유통학회 명예회장인 김익성 동덕여대 교수는 "외세적인 전쟁으로 인해 원부자재, 에너지 가격 등이 모두 상승하니 기업들도 불가피하게 가격 인상에 나선 면이 있고 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이자 인상율이 많이 있어 재무 비용 많이 늘어나니까 비용측면에선 상당부분 어렵다는 건 사실이다"면서도 "요즘처럼 모두가 힘들어 할 때에는 기업이 그걸 인내할 수 있는 선까지 소위 수익과 비용이 어느 정도 합치하는 선까지는 상생하는 모습을 취했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문혜원 기자 hmoon3@asiae.co.kr
송승윤 기자 kaav@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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