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을 대표하는 영화감독인 자파르 파나히가 재수감됐다. 마수드 세타예시 이란 사법부 대변인은 19일(현지시간) 파나히가 최근 테헤란 에빈교도소에 다시 투옥됐다고 밝혔다. 재구금한 배경에 대해서는 2010년 선고받은 형벌을 마저 받아야 한다고만 설명했다. 파나히는 2010년 반정부 시위에 동조하다 체포돼 징역 6년 형을 받았다. 하지만 복역 두 달 만에 조건부 석방돼 출국금지 상태로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파나히는 아바스 키아로스타미(1940~2016)의 미학을 계승한 거장이다. 동화 같은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그려낸 '하얀 풍선(1995)'으로 칸영화제 신인감독상을 받았다. 그는 사회 비판으로 테마를 옮겨 국제적 관심에 부응했다. 특히 '써클(2000)'에서 이란 여성들의 현실을 적극적으로 드러내 베네치아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품었다. 출국금지 상태에서 이란 사회의 모순을 지적한 '택시(2015)'로 베를린영화제 최고 영예인 황금곰상도 받았다.
세계적인 감독의 재수감 소식에 국제 영화계는 이란 당국을 일제히 비판했다. 칸영화제 조직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이란 사법부를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베네치아영화제 측도 "실망스럽고 통탄할 일"이라며 석방을 촉구했다.
이란 당국은 최근 또 다른 영화감독인 모하마드 라술로프도 체포했다. 약 여든 명이 매몰된 아바단 건물 붕괴 사고와 관련해 사회 불안을 조장했다고 보고 있다. 라술로프는 2020년 베를린영화제에서 '데어 이즈 노 이블'로 황금곰상을 받은 주인공이다. 정치 성향 등을 이유로 출국금지를 당해 시상식에 참석하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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