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러시아가 인도양 진출을 목표로 아프리카 수단에 계획했던 해군기지 건설이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단 군부 내에서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제재를 받는 러시아와의 관계를 놓고 신중론이 우세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5일(현지시간) 미국 외교안보전문지인 포린폴리시(FP)는 복수의 미 정보당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수단 최대 무역항인 포트수단에 건설되기로 합의됐던 러시아의 해군기지 건설이 사실상 무산됐으며, 합의가 이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해당 해군기지는 건설될 경우, 러시아의 첫 아프리카 해외기지가 될 것으로 전망돼왔다.
앞서 러시아와 수단 양국은 2017년부터 관련 협상을 진행해왔다. 당시 수단의 집권자인 오마르 알 바시르 대통령이 러시아와 해군기지 건설에 합의했지만, 이후 2019년 그가 군부 쿠데타로 30년만에 축출되면서 사업이 지연됐다. 이후 지난해 10월 발생한 두번째 쿠데타로 또다시 정권이 교체되면서 사업 실행이 불투명해졌다.
특히 새로 집권한 수단 군부 내에서도 러시아와의 관계를 두고 논란이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수단 군부 내 최고 지도자 압델 파타 부르한 장군과 2인자로 불리는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 신속지원군(RSF) 사령관이 러시아 해군기지 건설을 두고 큰 견해차를 보였다고 FP는 전했다.
FP에 따르면 친러 성향인 다갈로 사령관과 달리 부르한 장군은 서방과 역내 핵심 동맹국과의 관계가 악화하는 걸 원치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FP는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수단은 러시아에 항구에 대한 접근권을 주는 것을 매우 주저하고 있다"면서 "가까운 미래에 이 항구를 둔 협상이 이뤄질 가능성은 작으며, 러시아는 다른 선택지를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따라 러시아의 인도양 진출 발판이 될 것으로 예상됐던 포트수단의 해군기지 건설은 사실상 무산됐다는 평가다. 포트수단은 전 세계 컨테이너 물량의 30%가 지나는 주요 해운로인 홍해 연안에 자리 잡고 있는 전략적 요충지다.
미국 아프리카전략연구센터(ACSS) 소속 전문가 조지프 시글은 "러시아는 지난 수년간 어떠한 외부행위자보다도 많이 아프리카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했다"면서 "하지만, 수단 군부는 투자나 자금 등 측면에서 러시아가 줄 수 있는 게 많지 않다고 깨달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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