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차민영 기자] 할당 4년 차를 맞은 5G 28㎓ 대역 활용방안을 두고 이견을 보여왔던 정부와 통신 3사가 활용방안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기로 했다. 도심 활용성이 떨어지는 주파수 특성상 기지국 투자 부담이 컸던 만큼 통신정책 방향의 선회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정책에도 반영될 전망이다.
정창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정책관은 11일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과 통신 3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가 끝난 후 "통신사에서 5G 28㎓ 대역을 활용하기 위한 민·관 워킹그룹을 만드는 방안을 제안했다"며 "민관이 협력해 활용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사업자·학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형태로, B2B(기업 간 거래)·핫스팟용 목적의 활용방안 발굴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꿈의 5G’로 불리는 고주파수 대역인 28㎓ 대역의 특징은 현재 사용하는 5G 속도의 3~4배로 빠르지만 콘크리트 투과율이 낮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주파수 특성상 B2C(기업·소비자 거래)용으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장애물이 많은 도심에서 쓰기 위해서는 기지국과 장비를 더 촘촘히 설치해야 하지만 수요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일본 등도 비슷한 상황이다. 28㎓ 주파수 대역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선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은 2020년 5G 다운로드 속도에서 1위를 차지했으나 접속률이 0.5%에 그치는 등 한계를 보였다.
통신사들은 비용 문제로 기지국 투자에 난색을 표해 왔다. 업계에선 28㎓ 주파수의 경우 동일 건물 내 장비를 구축 했을 때 3.5㎓ 대역 대비 약 20배 정도 장비가 더 필요하다고 추정한다. 통신 3사는 2018년 과기정통부로부터 5년 간 28㎓ 주파수 대역을 제공받는 대가로 각사가 약 2000억원을 지불했지만 2020년 4분기 실적에서 주파수 이용권을 손상 처리했다. 지난 5월 공개된 통신 3사의 28㎓ 망 구축 실적을 봐도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가 각가 10.7%, 10.6%, 12.5%의 이행률을 기록했다. 정부의 할당 취소 기준인 10%를 가까스로 넘긴 수준이다.
줄곧 5G 28㎓ 정책을 밀어붙여 온 정부가 민·관 워킹그룹으로 방향을 선회한 배경에는 국회와 시민단체 등의 목소리가 주효했던 것으로 관측된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지난달 21일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과 공동 주최한 ‘바람직한 5G 이동통신 28㎓ 정책 방향 토론회’에서 "사업자와 국민, 정부 입장을 전반적으로 고려해 실현 가능한 정책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짚었다. 5G 28㎓ 주파수를 회사, 공장 등 공간망으로 활용하는 이음 5G(5G 특화망) 사업에 네이버를 필두로 4호 사업자까지 늘어난 점도 긍정적이다.
정부와 통신사들은 5G 28㎓ 정책 방향에 대한 고민과는 별개로 현재 구축 중인 기반 지하철 와이파이 사업과 농어촌 공동망 구축에는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통신 3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를 통해 "5G 농어촌 공동망 구축에도 차질이 없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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