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불결제 플랫폼의 위기…클라나 기업가치 85%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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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코로나19로 전자상거래 시장이 확대되면서 덩달아 붐이 일었던 후불결제 시장이 경기 침체라는 장애물을 만나 위기에 놓였다. ‘선구매 후결제(BNPL)’ 업계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식으면서 업계 대표주자로 각광받던 스웨덴 후불결제 업체 클라나의 기업 가치가 1년 새 85%나 폭락했다.


11일(현지시간) CNBC방송 등에 따르면 클라나는 이날 기업가지 67억달러(약 8조8000억원)를 인정받아 8억달러의 자금을 확보하게 됐다고 발표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일본 소프트뱅크에서 자금을 받을 당시 이 기업의 가치는 456억달러로 평가됐다. 클라나의 기업가치는 2019년 8월 55억달러로 평가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외신은 전했다.

2005년 설립된 이 회사는 BNPL 업계의 유망주로 꼽히며 시장의 주목을 받던 업체다. 코로나19 중 전자상거래 시장이 활성화하면서 미국에서 3000만명 이상의 사용자를 보유하게 됐다. 하지만 올해 들어 인플레이션 급등과 각국 중앙은행의 잇딴 금리 인상으로 인해 소비자의 구매력이 급감했고 높은 금리로 BNPL 업체들의 수익도 크게 줄었다.


이러한 전반적인 시장의 흐름에 따라 클라나도 어려움을 겪어 비용 감축 차원에서 지난 5월 직원의 10% 가량을 정리해고 했다. 클라나가 올해 들어 여러차례 시장에서 자금을 끌어모으고자 시도했으나 투자자들의 관심이 줄어 난관에 부딪혔다고 외신은 전했다. 세바스찬 시미아트코프스키 최고경영자(CEO)는 올해를 "가장 소란스러운 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BNPL 업계는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빅테크 기업 애플이 지난달 자사 간편결제 서비스이자 BNPL 기능을 탑재한 애플페이레이터를 내놓으면서 이 업계는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이폰이라는 기기를 바탕으로 BNPL 고객들을 모두 끌어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업계들에 확산한 상태다. 여기에 지난달 영국 정부가 대출기관 관련 규정을 강화하면서 규제 이슈도 BNPL 업계의 어려움을 가중하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영국의 BNPL 공급업체인 질치의 필립 벨라먼트 창업자는 시장조사업체 피치북에 "많은 업체들이 ‘0’을 위한 레이스를 하고 있다. 소매업체들과 마진을 낮춰가며 계약을 맺고 있으며 이 중 일부는 절대 수익을 낼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이는 지속가능할 수 없고 그 부분이 바로 시장이 냉각하는 지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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