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 김주현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11일부터 업무를 시작한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오전 윤석열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임명안을 재가하는대로 김 후보자의 취임식을 열 예정이다. 지난달 7일 금융위원장 후보로 내정된지 34일만이다. 김 후보자는 내정 직후 인사청문회 준비에 돌입했지만, 국회 원(院)구성이 지연되면서 청문회 자체가 열리지 못했다.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 기한이 지난 8일로 만료되면서 인사청문회 없이 자리에 오르게 됐다.
물가와 금리 상승으로 최근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극대화되면서 김 위원장의 앞에는 현안이 산적해있다. 취임 직후에는 금융수장으로 국회의 협조를 구하기 위해 여의도를 찾아 여야 핵심 인사들과 회동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은행, 증권사, 핀테크 등 주요 금융권 대표들을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대출금리 안정, 소상공인 등 금융취약계층 보호가 시급한 문제로 손꼽힌다. 오는 13일 한국은행의 ‘빅스텝’(기준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p)인상) 이후 당장 시중은행 금리가 얼마나 요동칠지가 관건이다. 정치권이 은행의 대출금리를 제어하라고 압박했고, 금융위도 지난주 ‘예대금리차 공시’ 제도를 만들어 발표했다. 더이상의 예대금리차 확대는 용인되기 힘든 분위기다. 그러나 빅스텝 이후 시중은행들이 자금을 조달하는 은행채 금리 등이 가파르게 뛸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이 금리가 대출금리에 반영되면, 예대금리차 폭이 더 벌어질 수도 있다.
9월부터 시작되는 금융취약층 보호대책의 연착륙도 중요하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급격하게 늘어난 이들의 부채가 최근 시장금리의 급격한 상승으로 부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당국은 금융취약층 보호 대책을 마련했다. 비은행 고금리 대출을 7% 이하 금리로 갈아타도록 한 대환대출 등이 대표적이다. 거치기간은 최대 3년까지, 최대 20년까지 장기·분할 상환, 최대 90%까지 원금을 감면해준다는 방안도 내놨다.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지 않는 선에서, 이런 대책들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게 김 위원장의 임무다. 달러당 원화 환율이 1300원을 넘어서고, 외국인 주식투자 자금 유출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 증시 변동성도 높아졌다. 이와 관련된 리스크를 점검하며 경기침체를 대비해야 하는 것 역시 숙제로 꼽힌다.
보다 장기적인 과제는 ‘금산분리 완화’다.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이 상대 업종을 소유·지배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인터넷은행과 핀테크 등장을 혁신금융 기치로 삼았다면, 윤석열 정부는 은행의 ‘비(非)금융’ 영역 확장으로 국민들에게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목표다.
이에 따라 김 후보자는 지난달 7일 내정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해외 금융사들은 하는 사업인데 우리나라 은행들이 못하면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타당한 이유가 없는 것은 다 풀겠다"며 "기존 금융사 입장에서 볼 때에도 빅테크는 하는데 은행들이 못하는 것에 대해서도 타당한 이유가 없는 것들은 규제를 풀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권에선 ‘은행법 37조’에 명시된 ‘은행은 다른 회사의 의결권 있는 지분증권의 100분의 15를 초과하는 지분증권을 소유할 수 없다’의 수정 여부를 관전 포인트로 꼽는다. 이 규제가 없어져야 금융사가 핀테크 등을 인수할 수 있고, 금융과 비금융을 융합한 서비스도 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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