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의 사망, 개헌의 탄생…'황금 3년' 맞은 기시다

당권 장악해 자기 정치 시작 기회 모색
'아베 숙원' 개헌 가속화 전망

'새로운 자본주의' 드라이브
성장·분배로 아베노믹스와 차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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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정현진 기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자민당이 10일 참의원 선거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으며 향후 3년 간 대규모 선거가 없는 ‘황금 3년’을 맞게 됐다. 장기 집권의 토대를 갖춘 만큼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숙원사업인 개헌을 마무리 짓는 동시에 아베노믹스와 결별하며 독자적 경제정책 제시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아베의 그늘’에서 벗어나 당권 장악을 시도하며 본격적인 자기정치의 발판을 마련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1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이번 참의원 선거의 투표율은 51.68%를 기록했다. 역대 투표율을 기준으로는 매우 낮은 수치지만 3년 전 참의원 선거에서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 극에 달하면서 투표율이 48.08%까지 떨어진 데 비하면 반짝 개선된 것이다. 앞선 6월23일부터 7월9일까지 17일간 진행된 사전투표에는 역대 최고인 1961만명이 참여하는 등 정치에 시큰둥한 일본 유권자들에게 비교적 큰 관심을 받았다.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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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선 과제는 ‘개헌’= 자민당과 기시다 총리를 향한 견고한 지지는 선거 이틀 전 피격으로 사망한 아베 전 총리를 향한 애도뿐 아니라 더욱 강한 안보에 대한 요구가 집결된 결과다. 기시다 총리도 이 같은 여론에 올라타 아베 전 총리의 숙원 사업이던 개헌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기시다 총리는 선거 당일 밤에도 다수의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개헌 의지를 재확인했다. 기시다 총리가 총재로 있는 자민당은 헌법 제9조에 자위대 존립 근거를 명기하는 안을 2018년 3월 당론으로 확정한 바 있으며 이번 선거 과정에서도 이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 밖에 현재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1% 정도를 차지하는 방위비(5조4005억엔)를 5년 내에 2%로 올리려는 움직임도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의 군사력 확대,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개선 등으로 안보 불안감이 커진 상황에서 전 총재 피격 사망까지 겹치며 안보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요구가 고조된 기회를 잡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일본의 재정이 불안한 상황에서 큰 비용이 수반되는 방안인 만큼 기시다 총리가 속도조절에 나설 수도 있다.

◆내각개편·자민당 인사… 당권 장악 시도하나= 아베 전 총리는 2020년 총리직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자민당 내 최고 파벌을 기반으로 외교와 재정 정책에 목소리를 냈다. 이 때문에 기시다 내각은 지난해 10월 출범 이후에도 줄곧 아베 전 총리의 그늘에 가려져 있었다. 특히 당내 온건 성향 파벌인 ‘고치카이’를 이끈 기시다 총리는 아베 전 총리로 대표되는 강경파 ‘세이와카이(아베파)’의 지원으로 총리 자리에 오른 만큼 이들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수렴할 수밖에 없는 위치였다.


아베 전 총리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후계자가 없는 상황에서 기시다 총리는 조기 당권 장악에 나서며 본격적으로 ‘자기 정치’를 시도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는 이르면 8월 말부터 내각 개편과 당 임원인사에 돌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동안은 극우 인사와의 동행을 선택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11일 산케이 신문은 단독 보도를 통해 기시다 총리가 올가을 1기 임기가 만료되는 자민당 임원 가운데 아소 다로 부총재와 모테기 도시미쓰 자민당 간사장을 유임시키는 쪽으로 고려 중이라고 보도했다. 아소 부총재는 ‘실언 제조기’로도 불리며 일본 내에서도 손꼽히는 극우인사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 (사진=AP연합뉴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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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노믹스와 결별 ‘새로운 자본주의’ 강화= 독자 노선을 강조한 경제 정책 ‘새로운 자본주의’를 강화하는 것도 기시다 총리의 핵심 과제다. 그가 내놓은 새로운 자본주의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경제 성장도 할 수 있도록 하는 경제정책이다.


지난 5월 공개한 실행계획안에 따르면 이 정책은 ▲사람에 대한 투자 ▲과학기술 ▲스타트업 ▲탈탄소·디지털화 등 4가지를 핵심으로 한다. 이를 위해 일본 정부는 현재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담당 각료를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관련 준비를 하고 있다.


다만 성장과 분배를 모두 담은 정책인 만큼 ‘아베노믹스’와의 격차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달 아베 전 총리가 살아 생전에 측근에게 "분배의 메시지가 너무 많다. 시장에서는 사회주의 아니냐고 비판이 쏟아진다"고 말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아베노믹스의 상징이던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의 임기가 내년 4월 끝나는 만큼 그 후임 인사에도 관심이 쏠린다. 아베노믹스의 핵심인 완화정책의 출구전략을 짤 후임 인선은 올가을 이후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고물가와 엔저가 경제 정책의 쟁점이 되고 있는 데다가 야당이 감세와 국민 대상 지원금 지급 등으로 공세를 하고 있는 만큼 후임 인사는 아베노믹스와 결별하는 확실한 변곡점이 될 수 있다. BOJ는 이달 20일과 21일 금리를 결정하는 금융정책 결정회의를 앞두고 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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