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에서 술집을 운영 중인 30대 자영업자 강모씨. 여름과 함께 맥주를 마시러 온 손님이 줄을 지었지만 표정엔 근심만 가득하다. 고물가로 인한 원재료비와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오르고 있는 아르바이트 임금이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코로나19까지 재확산하며 그나마 찾아와주던 손님도 혹시나 끊길까 노심초사다. 강씨는 “그나마 늘어나는 손님을 받는 재미로 가게를 운영 중인데 이전만큼 코로나19가 재유행한다면 이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까봐 걱정이다”고 말했다.
지난 8일 방역당국 등 정부는 코로나19 재유행을 공식화하고 오는 13일 대책 발표를 하기로 했다. 지난 5일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1만8136명로 전날 대비 3배 가까이 급증했으며 9일엔 2만286명으로 45일 만에 2만명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다만 방역당국은 영업시간 제한 등 이전만큼의 강력한 조치를 내놓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럼에도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 재확산을 우려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방역조치는 영업에 직접적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한국신용데이터의 데이터 포털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지난 4월18~24일 전국 소상공인 평균 매출은 전주 대비 2.9% 증가했다. 그 다음주인 4월25일~5월1일에도 전주 대비 5.1% 늘었다. 용산구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전모씨(46)는 “코로나19가 한 번 확산되면 잡히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 자영업자들에게 공포로 다가온다”며 “이미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에 대한 트라우마를 호소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미 자영업자들은 고물가에 허덕이는 상황이다. 지난달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6.0%로 2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식자재 물가는 더욱 심각하다. 때 이른 봄철 가뭄으로 인해 작황이 부진하면서 여름철 채소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의 한 고깃집 사장은 “고물가에 여름까지 겹치면서 상추 한 박스에 9만8000원을 지불했다”며 “손님들에게 무료를 주는 것도 부담이다”고 말했다.
나가는 비용이 많다보니 인건비 역시 자영업자에게 한 푼이 아쉽다. 거리두기 해제와 함께 손님은 늘었지만 인건비가 부담돼 사람을 쓰질 못하고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마저 올해 대비 5% 인상된 9620원으로 정해지면서 자영업자들은 어려움을 호소했다. 경기 고양시에서 국밥집을 운영하는 권모씨(30)는 “최저임금이 몇 년 새 많이 올라 사람 두 명 쓰던 걸 한 명 쓰는 상황”이라며 “그렇다고 음식값은 올릴 수 없어 모든 부담을 자영업자가 떠안는 셈”이라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은 다시 목소리를 낼 준비를 하고 있다. 민상헌 코로나피해자영업총연합 공동대표는 “현재 자영업자들이 겪고 있는 여러 어려움들은 정치권 및 사회에 전할 필요가 있다”며 “구체적 행동 방안과 전달 내용 등은 다음주 중 회의를 통해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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