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최근 전염력이 더 강해진 코로나19 바이러스 변종들이 계속 등장해 또 다시 재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 변이들이 사람에게서 검출되기 수주 전에 이미 하수에서 먼저 검출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변이 감염 확산에 맞서 조기 경보 및 방역 체계 마련에 활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9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 캠퍼스(UCSD) 미생물학 연구팀은 지난 7일 이같은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기존에도 세계 각국의 연구자들은 정화조, 하수 등에서 샘플을 채취, 검사해 코로나19 바이러스 유행 여부ㆍ지역 사회내 확산 정도를 조사해왔다. 그러나 샘플의 특성상 훼손된 경우가 많아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선 적용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나노비드를 활용해 하수 샘플에서 정밀 검사가 가능할 정도로 온전하게 추출할 수 있는 바이러스 RNA의 양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 이전 방법으로는 샘풀 속의 바이러스 RNA 중 40% 미만만 검사 대상으로 쓸 수 있었지만 나노비드를 활용해 95%로 늘릴 수 있었다. 또 프레이야(Rreyja)라는 도구를 개발해 각 샘플에 존재하는 변이의 종류와 비율을 추적했다.
연구팀은 이 방법이 유효한지 검증하기 위해 지난해 2월부터 약 1년간 인구 약 230만명인 샌디에이고 지역 하수에서 샘플을 채취해 검사했다. 또 자신들의 캠퍼스에서도 약 130곳에서 10개월간 하수를 수집해 조사하기도 했다.
이 결과 연구팀은 알파 변이와 델타 변이가 사람들에게서 검출되기 최대 2주 전부터 하수에서 발견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오미크론 변이도 샌디에이고 지역에서 첫 환자가 나오기 약 10일 전에 하수에서 검출해 냈다.
특히 연구팀은 지난 1년간 사람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검진에서 거의 검출되지 않아 사라진 줄 알았던 알파, 델타, 엡실론 등 다른 변종들도 지속적으로 하수 샘플에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다만 연구팀이 개발한 방법이 최근 들어 재확산세의 원인이 되고 있는 오미크론 BA.4나 BA.5 등 최신 변종들을 대상으로도 효과가 있을 것인지에 대해선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연구의 공동 저자인 롭 나이트 UCSD 연구원은 "이번 연구 결과를 잘 발전시키면 바이러스 변이를 더 빨리 추적해 공중 보건의 대응 속도를 높일 수 있어 바이러스의 재확산에 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재 샘플 채취 후 결과 도출까지 2주가 걸리는 검사 속도를 높여야 하는 과제도 있다. 호주 퀸즈랜드대의 퐁 타이 교수는 네이처에 "조기 경보 시스템에 활용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가 되려면 수일 내에 샘플 검사 결과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이트 연구원도 "현재 샘플 검사에 걸리는 시간을 수일 이내로 단축하려고 노력 중이며 그렇게 되면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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