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검단신도시 ‘왕릉뷰아파트’ 공사중지명령 처분 취소…"허가 대상 아냐"

"김포 장릉의 조망권이 침해된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김포 장릉 조망 가린 신축 아파트 단지.

김포 장릉 조망 가린 신축 아파트 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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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김포 장릉 인근에 문화재청장 등의 허가 없이 아파트를 짓고 있는 건설사들에 대한 문화재청의 공사중지명령이 법원에서 취소됐다.


관련 법과 조례 등을 살펴볼 때 문화재청장의 허가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으로 볼 수 없는 데다가, 이미 공사가 상당부분 진행된 상태이기 때문에 건물 일부라도 철거했을 때 침해되는 사익이 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공익에 비해 현저히 크다는 이유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판사 이주영)는 8일 건설사 대광이엔씨와 제이에스글로벌이 문화재청을 상대로 낸 공사중지명령 처분 취소 소송에서 각각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문화재보호법과 경기도 문화재 보호 조례에 따라 이 사건 토지는 김포 장릉의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이 사건 토지 내 시행되는 이 사건 공사는 그 건축허가 과정에서 '문화재보호법' 제35조에 따른 문화재청장의 허가까지 받을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설령 이 사건 토지가 김포 장릉의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 해당한다고 보더라도, 관련 규정에 의하면 능침에서 조산 조망은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내의 건설행위 등에 관한 허용기준'의 중요한 고려 대상이 아니고, 다른 건축물로도 조산의 전망이 침해돼 이를 회복하기 어려운 상태이므로 이 사건 건물로 김포 장릉의 조망권이 침해된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이 사건 공사가 '문화재보호법 시행령' 제21조의2 2항 제1호 가목에서 정하고 있는 '국가지정문화재의 경관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건축물을 설치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그와 달리 본 이 사건 처분에는 재량권 일탈·남용의 여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결론적으로 재판부는 "따라서 피고가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한다"고 밝혔다.


피고 건설사들은 인천검단신도시개발사업으로 조성된 공동주택용지를 분양받아 사업계획승인을 얻은 뒤 아파트를 건설하고 있었다.


그런데 문화재청은 아파트가 건설되고 있는 공동주택용지가 국가지정문화재 사적 제202호 '김포 장릉'의 외곽경계로부터 500m 이내이기 때문에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 경우 문화재보호법 제35조에 따라 문화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높이 20m를 초과하는 건축물을 건축할 수 있는데, 이들 건설사들은 이 같은 허가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김포 장릉 외곽경계로부터 500m 이내 범위 토지, 지상의 높이 20m를 초과하는 건축물에 대한 공사중지명령을 내렸다.


건설사들은 아파트를 짓고 있는 부지가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문화재보호법 제35조가 적용될 수 없다고 반박하며 문화재청의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재판에서는 ▲이 사건 공동주택용지가 김포 장릉의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 해당하는지 ▲'경기도 문화재 보호 조례', '김포 장릉 등 국가지정문화재 12개소의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내 건축행위 등에 관한 허용기준 변경 고시'에 의해 문화재보호법 제35조의 허가가 필요한 공사인지 ▲이 사건 공사가 '문화재보호법 시행령' 제21조의2 2항 1호 가목에서 정하고 있는 '해당 국가지정문화재의 경관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건축물 또는 시설물을 설치·증설하는 행위'에 해당하는지 ▲문화재청의 처분이 신뢰보호원칙을 위반하고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서 위법한지 등이 쟁점이 됐다.


먼저 재판부는 첫 번째 쟁점과 관련 "문화재보호법 제13조 1항은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의 범위를, 문화재 외곽경계로부터 500m 이내 범위에서 조례로 정하도록 하고 있고, 그에 따라 제정된 '경기도 문화재 보호 조례' 제5조 1항 1호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상 주거지역, 상업지역, 공업지역의 경우에는 문화재 외곽경계로부터 200m 이내, 녹지지역, 관리지역, 농림지역은 문화재 외곽경계로부터 500m 이내를 '역사문화환경 보호지역'으로 정했다"고 전제했다.


이어 "그런데 이 사건 토지는 제3종 일반주거지역에 해당하고, 김포 장릉의 외곽경계로부터 200m 바깥에 위치하므로, 원칙적으로 위 조례 조항에 따라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인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경기도 문화재 보호 조례' 제5조 2항은 문화재 외곽경계로부터 200m 초과 500m 이내의 지역에서도, 10m 이상의 건축물을 건축하는 경우에는 문화재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관련 규정을 모아 보더라도 위 조항의 검토 주체는 건설공사의 인·허가를 담당하는 행정기관으로 보일 뿐, 위 조항으로써 해당 지역까지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의 범위가 확대된다거나, 이로써 '문화재보호법' 제35조에 따른 문화재청장의 허가를 받을 의무가 생긴다고는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나아가 이 사건 건물 건축행위가 그 자체로 '문화재보호법 시행령' 제21조의2 2항 1호 가목에서 정하고 있는 '국가지정문화재의 경관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건축물을 설치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 근거로 ▲현재 김포 장릉의 상태가 관람자 관점인 정자각에서는 사실상 별다른 조망 침해가 없고 매장주체의 관점인 봉분 앞 혼유석에서 바라볼 때 멀리 조산에 해당하는 계양산 전망이 이 사건 건물 등으로 가려진 것인데 ▲문화재청의 훈령인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내 건축행위 등에 관한 허용기준 작성 지침'에 따르면, 능·원·묘의 조망 침해를 검토할 때에는 내부 주요 조망점에서 안산(풍수지리에서, 집터나 묏자리의 맞은편에 있는 산)이 조망될 수 있는지 여부를 중요하게 검토하도록 하고 있을 뿐, 원거리에 위치한 조산(안산 뒤 멀고 크고 높은 산) 전망은 크게 고려되지 않고 있으며 ▲실제로 김포 장릉뿐 아니라 조선왕릉 중 도시 지역에 위치한 동구릉, 정릉, 의릉, 선릉·정릉 역시 능침에서의 조산 조망이 고층 건물 등으로 가려져 있고, 김포 장릉은 안산도 기존에 건축된 아파트로 훼손돼 없는 상태인 점 ▲이러한 사실은 조선왕릉 세계유산 등재신청 당시에도 함께 보고됐으므로 조선왕릉 상당수의 조산 방향 조망이 가려져 있는 사실이나 김포 장릉의 안산이 훼손돼 있어 조망 경관이 완전치 않다는 것은 세계유산 등재 당시 이미 고려된 상황인 것으로 보이는 점 ▲실제 피고(문화재청)의 제안대로 이 사건 건물 상층부를 상당부분 철거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문화재 외곽경계 500m 바깥에 건축 중인 다른 신축 아파트들에 의해 계양산 전망이 대부분 가려진다는 사실이 확인돼 결국 이 사건 건물 건축행위만으로 문화재의 경관이 중대하게 해쳐졌다거나, 공사 중단이나 철거로 조망이 회복된다고 단정하기도 어려운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마지막으로 재판부는 "이 사건 처분 당시 이 사건 건물은 이미 골조가 완성된 상태였고, 이에 공사 중단으로 원고들과 수분양자들이 입을 재산상 손해는 막대한 반면 이 사건 처분이나 이 사건 건물을 일부라도 철거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그에 비해 크지 않거나 미미하다"며 "결국 이 사건 처분으로 침해되는 사익이 이 사건 처분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과 비교해 결코 작지 않으므로, 비례의 원칙에 비춰 보더라도 이 사건 처분은 재량권 일탈·남용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문화재청은 지난해 대광이엔씨·제이에스글로벌·대방건설 등 건설사가 검단신도시에 지은 3400여세대 규모 아파트 44동 중 19개 동의 공사를 중지하라고 명령했지만 법원이 건설사들의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공사는 큰 차질 없이 진행됐다.


김포 장릉은 조선 선조의 5번째 아들이자 인조의 아버지인 원종(1580∼1619)과 부인 인헌왕후(1578∼1626)의 무덤이다. 사적 202호로 지정돼 있으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조선 왕릉 40기에 포함된다.


3개 건설사 중 대방건설이 문화재청을 상대로 낸 동일한 취지의 소송에 대한 1심 선고공판은 오는 8월 19일 열릴 예정이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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