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가상화폐 대출 플랫폼 보이저디지털이 파산보호신청을 하는 등 가상화폐 업계의 '도미노 파산' 현실화 우려가 커진 가운데 30대 가상화폐 억만장자 샘 뱅크먼 프리드가 불안정한 디지털 자산 시장을 지원하기 위한 자금이 "수십억(달러가) 남아있다"면서 추가 지원 가능성을 내비쳤다.
글로벌 가상화폐 거래소 FTX의 뱅크먼 프리드 최고경영자(CEO)는 6일(현지시간) 한 주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몇몇 회사가 우리에게 연락을 주기 시작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최악의 유동성 위기 상황은 지나간 것으로 보인다면서 일부 작은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여전히 어렵지만 연락을 준 업체들 대부분은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인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뱅크먼 프리드 CEO는 지난달 한국판 가상화폐 루나·테라UST 폭락에서 시작된 가상화폐 시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 최근 수주간 자금 유동성을 공급하는 등 나름대로 가상화폐 업계의 구원자 역할을 해왔던 인물이다. 그를 두고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그가 20세기 초 JP모건이 어려움에 처한 투자은행들을 구한 것과 유사하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고 평가했다.
앞서 뱅크먼 프리드 CEO는 FTX 운영사인 알래메다 리서치를 통해 가상화폐 관련 업체들에 유동성을 공급했다. 보이저디지털에 2억달러(약 2612억원) 규모의 현금 등을 빌려줬고, 미국 가상화폐 대출 플랫폼 블록파이에도 2억5000만달러의 유동성을 제공했다.
뱅크먼 프리드 CEO는 이러한 자금 지원의 목표가 고객들의 자산을 보호하고 시스템 전반으로 이러한 문제가 확산하지 않도록 막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소비자들이 이것(금융상품)이 광고된 대로 작동할 것이라고 하는 신뢰를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만약 이것이 깨진다면 되돌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뱅크먼 프리드 CEO의 인터뷰가 나오기 하루 전인 지난 5일 보이저디지털은 미국 뉴욕 남부연방파산법원에 파산법 11조(챕터11)에 따른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보이저는 법원에 제출한 문건을 통해 고객들의 인출 요구가 쇄도하면서 뱅크런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보이저는 자사 플랫폼에 약 13억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자산, 챕터11 과정 동안 운영 지원에 도움이 될 현금 1억1000만달러와 가상화폐 자산 등을 보유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또 고객을 대리해 뉴욕의 한 은행 계좌에 3억5000만달러의 현금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이저의 파산보호 신청은 가상화폐 폭락에 따른 연쇄 효과다. 이 회사는 앞서 가상화폐 헤지펀드 스리애로즈캐피털(3AC)에 6억5000만달러를 빌려줬으나 3AC가 최근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법원에서 파산 선고를 받으면서 돈을 받지 못해 유동성 위기에 처했다. 이로 인해 지난 1일부터 코인 거래와 인출, 예치를 일시적으로 중단한 상태였다. 스티븐 얼릭 보이저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이 산업의 미래에 대한 믿음은 굳건하지만 가상화폐 시장의 변동성 지속과 3AC의 채무 불이행으로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말했다.
올 들어 테라USD와 루나 붕괴로 시작된 가상화폐 급락은 이제 업계 전반의 도미노 유동성 위기로 확대되고 있다. 보이저가 파산을 신청하는 직접적 계기가 된 3AC의 경우 테라와 루나의 폭락 사태로 큰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코인대출업체 셀시어스 역시 지난달 시장 상황을 이유로 고객들의 인출을 일시 중단한 상태다. 실리콘밸리의 거물 투자자 피터 틸이 투자한 싱가포르 가상화폐 대출업체 볼드 또한 최근 인출·거래·예치를 중단하고 모라토리엄(채무지불 유예)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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