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문제원 기자]이른바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가 글로벌 금융 시장을 뒤덮었다. 소비 둔화 우려에 고공 행진을 이어가던 국제유가는 100달러 밑으로 급락했다. 경기 침체의 신호로 평가되는 미국 장·단기 국채금리 역전 현상도 다시 나타났다. 달러화 가치가 약 20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은 가운데 장중 달러당 원화 가치는 1311원을 터치하며 13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8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8.2% 떨어진 배럴당 99.5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 선 아래로 내려간 것은 5월11일(99.76달러) 이후 처음이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9월물 브렌트유 역시 9.7% 하락한 배럴당 102달러 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는 경기침체 가능성이 높아지며 향후 에너지 수요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급격히 확산한 탓이다. 같은 날 뉴욕 채권 시장에서는 미국 2년물 국채 금리가 2.792% 선에서 10년물 국채 금리(2.789%)를 잠시 추월하는 역전 현상도 확인됐다. 장기시장금리 벤치마크인 10년물 금리보다 단기채인 2년물 금리가 더 높아지는 역전 현상은 통상 불황의 전조 증상으로 평가된다.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난 것은 올해 들어 벌써 세 번째다.
최근 미국 내에서는 경제 성장이 둔화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지표도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이 실시간으로 집계하는 GDP나우는 지난 1일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연율 -2.1%를 기록할 것으로 추산했다.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뜻하는 ‘기술적 침체’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경고다.
투자은행 노무라는 이날 미국,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영국, 일본, 한국, 호주, 캐나다 등 전 세계 주요국들이 12개월 이내 경기침체에 들어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원유뿐 아니라 이날 금속을 비롯한 주요 원자재, 곡물의 선물 가격이 대부분 하락했다. 미국 달러화 가치가 2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며 달러 기반으로 거래하는 원자재 가격 시장에 더욱 역풍으로 작용한 모양새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106을 돌파하면서 2002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은 1310원대마저 뚫으며 연고점을 다시 썼다. 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전 거래일보다 8.20원 오른 1308.50원에 개장한 원·달러 환율은 장 초반 급등세를 보이며 1311.0원까지 올랐다. 장중 고가 기준 2009년 7월13일(1315.0원) 이후 13년 만에 최고치다. 이날 환율은 지난달 30일 기록한 연고점(1303.7원)도 가볍게 뛰어넘었다.
한편 뉴욕 증시는 독립기념일 연휴 이후 첫 거래일인 이날 롤러코스터 장세 끝에 결국 혼조세로 마감했다. 투자자들은 이번 주 발표되는 연방준비제도(Fed)의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 주 후반 나오는 6월 고용보고서를 대기하고 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