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송화정 기자] 인터넷은행들이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가운데 중·저신용자 대출이 인터넷은행들의 성장속도 둔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인터넷은행들의 올해 연말까지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목표치는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각각 25%, 토스뱅크가 42%다. 내년 말까지 이 비중을 다시 카카오뱅크 30%, 케이뱅크 32%, 토스뱅크는 44%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인터넷은행이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을 활성화한다는 설립 취지와 달리 고신용자 위주의 영업을 한다는 지적이 일자 지난해 금융당국이 이에 대한 개선을 요구했고 각 인터넷은행은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3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금융당국에 제출했다. 인터넷은행들은 지난해 말까지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카카오뱅크 20.8%, 케이뱅크 21.5%, 토스뱅크 34.9%까지 끌어올리기로 했지만 토스뱅크를 제외하고는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이에 올 1분기에는 적극적으로 비중 확대에 나서며 1분기 기준 케이뱅크는 20.2%, 카카오뱅크는 19.9%, 토스뱅크는 31.4%를 달성했다.
문제는 이같은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 확대가 인터넷은행의 성장 둔화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중·저신용자 대출은 만기가 짧기 때문에 잔액을 늘리기 어렵고 잔액기준으로 비중을 높이기 위해 주력상품인 신용대출의 잔액이 감소한다는 점이 성장속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병건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중·저신용자 대출은 일반적으로 만기가 짧을 수밖에 없어서 인터넷은행들이 최근 만기 5년 이상의 대출을 새롭게 출시하고 있으나 대부분은 여전히 1년 내외의 만기로 집행되고 있기 때문에 잔액을 늘리기 위해서는 기존 대출을 재취급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고 분석했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까지는 중·저신용자 대출 취급금액과 잔액 증가의 차이가 크지 않았으나 지난해 연간으로는 중·저신용자 대출 취급액은 1조7000억원이었지만 잔액은 1조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올해 중·저신용자 대출 목표 달성 때문에 성장 눈높이도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현기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중 중·저신용자 목표를 달성하더라도 비중 유지를 위해 고신용자 대출의 성장속도를 어느 정도 조절할 것"이라며 "차주의 금리 수준도 부담스러운 상황이기 때문에 올해 성장 눈높이는 다소 낮춰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저신용자 대출 증가에 따라 커지는 신용위험도 또 다른 리스크 요인이다. 중·저신용자의 신용위험이 고신용자에 비해 높은 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중·저신용자 대출의 건전성은 상대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금리가 높아지고 있는 점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김 연구원은 "저금리 상황에서는 금리 레벨 자체가 낮기 때문에 중·저신용자 대출 차주의 부담도 상대적으로 낮으나 현재와 같이 금리가 상승하는 국면에서는 이자 부담이 증가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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