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거북 뱃속에는 인간의 ‘저주’가 … 국내 연안 플라스틱 쓰레기 먹고 폐사한 거북 연구

장수 생물종인데 어떤 플라스틱 먹고 있었나?

“국제멸종위기종 보호, 해양쓰레기 저감해야”

우리나라 연안에서 발견된 바다거북 사체 .

우리나라 연안에서 발견된 바다거북 사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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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거북의 소화관에서 발견된 플라스틱의 종류.

바다거북의 소화관에서 발견된 플라스틱의 종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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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영남취재본부 김용우 기자] 배고픈 바다거북은 인간이 버린 플라스틱을 마구 먹어 치웠다. 인간이 만든 소화할 수 없는 해양 쓰레기가 장수의 상징이자 멸종위기종인 거북의 생명을 노리고 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이 우리나라 연안에서 혼획되거나 좌초, 표류한 바다거북 폐사체 4종 34마리의 뱃속을 들여다본 연구 결과를 내놔 눈길을 끈다.

KIOST는 붉은바다거북(Caretta caretta), 푸른바다거북(Chelonia mydas), 올리브바다거북(Lepidochelys olivacea), 장수거북(Dermochelys coriacea) 등 28마리가 해양에 방치된 플라스틱을 섭식한 것으로 확인했다.


주로 육상에서 바다로 유입된 일회용 포장재와 어업과 관련한 플라스틱 쓰레기였다.


현재 확인된 바다거북은 전 세계에 7종이 분포한다. 국제 환경 단체인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등을 중심으로 바다거북을 위기 등급별로 분류해 관리하고 있다.

생물다양성협약(CBD) 보고서에서는 플라스틱 섭식과 얽힘 피해를 가장 많이 받은 해양생물 6종에 붉은바다거북과 푸른바다거북이 포함됐다.


KIOST는 국제사회의 바다거북 보호에 동참하고자 여러 관계 기관과 협력해 우리나라 연안에서 서식하는 바다거북을 보전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남해연구소 위해성분석연구센터 심원준, 홍상희 책임연구원 연구팀은 바다거북의 플라스틱 섭식 현황을 평가하기 위해 국립해양생물자원관, 국립생태원과 협력해 바다거북 사체의 소화관에서 발견되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양과 성질 등을 분석하고 있다.


3개 기관은 2017년부터 바다거북 폐사체 공동부검을 진행해 왔다. 지난 4월 바다거북 보전을 위한 ‘바다거북 협력연구단’도 공식 발족했다.


연구단은 최근까지 우리나라 연안에서 발견된 총 61마리의 바다거북 사체에 대한 공동부검을 진행해 이 중 34마리에 대한 연구결과를 지난 2월 국제학술지에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바다거북 34마리 중 28마리에서 총 1280개 플라스틱이 발견됐다. 제법 큰 덩어리도 있지만 미세한 플라스틱까지 모두 118g이었다. 이는 바다거북 1마리가 평균 38개(3g)의 해양 플라스틱을 섭식했음을 의미한다.


플라스틱의 형태는 필름형(42%)과 섬유형(39%)이 크게 차지했고 색상은 하양(42%)과 투명(23%)이 많았다.


재질은 폴리에틸렌(51%)과 폴리프로필렌(35%)이 우세했고 이 중 필름 포장재(19%), 비닐봉지(19%), 끈류(18%), 그물류(16%), 밧줄류(11%) 등이 다수 확인됐다.


초식성 바다거북에게서는 섬유형 플라스틱이, 잡식성 바다거북에게서는 필름형 플라스틱이 우세해 먹이습성에 따른 종별 차이가 확인된 셈이다.


KIOST는 해양으로 유입된 플라스틱 쓰레기(Marine Plastic Debris; MPD)가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하기 위한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영향평가 기술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연구에서는 부유 중대형 플라스틱 쓰레기 오염, 해양생물의 얽힘 및 섭식 영향, 플라스틱 부착 외래종 및 병원체 이동, 서식지 훼손에 관한 연구를 수행 중이다.


김웅서 원장은 “국제 멸종위기종인 바다거북을 보호하고 해양 플라스틱 오염의 지표로서 바다거북의 플라스틱 섭식 현황과 특성을 평가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알렸다.


김 원장은 “해양 플라스틱이 해양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해양환경의 중요성을 일깨울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힘줬다.


연구에 참여한 홍상희 책임연구원은 “이번 바다거북 폐사체 부검 결과는 해양 플라스틱이 우리나라 연안에 서식하는 바다거북에게 미치는 영향과 해양오염의 실태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특히 “육상에서 기인한 생활 쓰레기와 강이나 바다에서 조업 중 버려지는 폐어구 등 해양 쓰레기 저감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영남취재본부 김용우 기자 kimpro77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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