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혜숙 기자] 해양경찰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월북 판단에 대한 입장을 번복하는 과정에서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실이 관여했다는 더불어민주당 측 주장을 부인했다.
해양경찰청은 지난 16일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의 최종 수사결과 발표와 관련해 국가안보실의 지침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29일 밝혔다.
해경청 관계자는 "(유족이 제기한)정보공개 거부 처분 취소 소송의 항소를 취하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실에 설명을 했지만 수사 결과와 관련한 지침을 받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경청은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가 중간수사 결과 발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았다. 현재 감사원 감사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관련 해명을 하기는 부적절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불어민주당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관련 태스크포스(TF)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경이 피해자 월북 판단에 대한 입장을 번복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실 국가안보실과 수차례 토의를 벌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주장했다.
TF 단장인 김병주 의원은 "해경이 최종입장을 발표하는 회견을 6월 16일에 했다. 언제부터 회견문을 만들었느냐고 집중 질문을 했더니 6월 초부터 만들었다고 하더라"라며 "그 과정에서 안보실과 여러 번 토의를 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3주간 기자회견문을 만든 셈"이라며 "3주 동안 (의견이) 왔다 갔다 했다는 것은 (안보실이) 깊게 관여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해경에 '어떻게 기자회견을 국방부와 해경이 같이 하게 됐느냐'고 물었더니 해경에서는 '대통령실 안보실에서 다리를 놔주고 중개를 해줬다'는 답변을 하더라"라며 "현재 대통령실 안보실이 깊숙이 관여했다고 보고 있으며, TF에서 국방부 장관과 해경청장 등의 보고를 받아 (실체를)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해경은 2020년 9월 서해에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사망 당시 47세)씨가 북한군 총격에 피살된 지 1주일 만에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그가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경은 1년 9개월만인 지난 16일 언론 브리핑을 열고 이씨의 월북 의도를 찾지 못했다며 수사 결과를 뒤집었다.
이와 관련, 정봉훈 해경청장은 지난 22일 대국민 사과 입장문을 통해 "사건 초기 '월북으로 판단된다'는 국방부 입장과 해경 자체적으로 확인한 정보에 따라 월북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해 6월 국방부에 수사상 필요한 SI를 요청했으나, 국방부 측이 자료를 제공하지 않아 사실상 월북 관련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며 "월북의 고의는 엄격한 증명이 요구되는데, 이번 사건 정보는 증거 법칙상 '증거'로 쓸 수 없다는 게 수사심의위원회의 중론이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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